미술을 통해 뉴욕을 만나는 전시가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63스카이아트미술관(관장 홍원기)에서 지난 3일 개막됐다. ‘미술의 도시:뉴욕 1945-2000’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뉴욕미술의 궤적을 살펴본 기획전으로, 판화 사진 회화 조각 등 64점의 작품들이 내걸렸다.
1945년부터 2000년까지는 미국이 세계 미술의 메카로 급부상하며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주도하던 시기. 전쟁의 포화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유럽의 지식인과 아티스트들은 미국 작가와 교류하며 활발하게 최신 경향의 작품을 쏟아냈다.
이번 전시에는 전후 미국의 현대미술을 이끈 스타급 작가인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비롯해 엘스워스 켈리, 프랭크 스텔라, 조지 시걸, 제임스 로젠퀴스트, 짐 다인, 조안 미첼, 로버트 롱고 등 유명작가 14명이 망라됐다. 총출품작은 64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시작이 대부분 판화이거나 사진작품, 드로잉이라는 점. 오리지날 페인팅(회화)은 로버트 마더웰의 대형 회화와 로버트 롱고의 조각 ‘강렬한 사랑’ 정도다. 그나마 판화와 사진 작품의 크기가 대형이라 전시장이 꽉 찬 느낌을 주는 건 위안이다.
전시는 추상표현주의, 팝 아트, 미니멀리즘, 포스트 모더니즘 총 4부로 나눠 짜여졌다. 1부 ‘추상표현주의 Abstract Expression city’에서는 1940년대 후반∼1950년대 초 뉴욕을 중심으로 등장한 추상표현주의 작품들이 내걸렸다. 당시 뉴욕에선 물감을 캔버스에 뿌리듯 그리는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과, 화면에 단일한 색을 칠하는 색면작업이 유행했는데 이번 전시에는 색면추상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로버트 마더웰의 오리지날 회화 ‘시칠리아의 창’이 나왔다.
또 ’2세대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풍경을 추상표현주의 기법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조안 미첼의 ‘강변’시리즈와 1960년대부터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 중 ‘웨이브’ 시리즈도 내걸렸다. 스텔라가 자동차 경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회로’연작은 폭발할 듯한 화려한 화면과 색채가 특징이다.
2부 ‘팝 아트 Pop city’에서는 1950년대 후반 시작돼 1960년대를 풍미한 팝 아트 작품이 주를 이룬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탐 웨슬만 등 팝아티스트들은 거리의 상업광고, 만화, 영화간판 속 친숙한 이미지를 차용해 작업했다. 이들의 작품은 1960년대 미국의 산업사회와 물질문명, 그리고 낙관적 분위기의 소비사회를 드러내고 있다.
3부 ‘미니멀리즘 Minimal city’에서는 1960년대 후반 등장한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군더더기 없는 화면으로 유명한 엘즈워스 켈리, V자형 단면으로 된 줄무늬 작품을 제작한 프랭크 스텔라를 비롯해 솔 르윗, 로버트 맨골드의 작업을 볼 수 있다.
마지막 4부 ‘포스트 모더니즘 Post Modern city’에서는 1980년대 뉴욕 미술계의 주요 흐름이었던 포스트 모더니즘 경향의 작품이 운집됐다. 이미지의 차용, 재현, 재사용, 패러디 기법을 거침없이 전개했던 작가 중 로버트 롱고의 ’도시인’ 연작이 나왔다. 전시는 내년 3월 11일까지 계속된다..02)789-5663 <사진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 ‘노란색 꽃병’.ⓒEstate of Roy Lichtenstein - SACK, Korea, 2011, 탐 웨슬만 작 ‘리즈 테일러가 있는 정물’.ⓒEstate of Tom Wesselmann/SACK,Seoul/VAGA, NY. 사진제공=63스카이아트 미술관>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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