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 취향은 상반기와 하반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상반기는 ‘위로와 공감’ 이 대세였고 하반기는 ‘정의와 정치’가 출판 시장을 점령했다. 이는 민심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2011년 판매량을 총집계해보면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1위를 차지했고 하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올 한해 누적 판매량이 130만부를 넘는 광풍을 일으키며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로 20~30대 젊은 독자들의 열정을 꿈틀대게 했다.
이어 상반기에 베스트셀러로는 ‘정의란 무엇인가’가 지난해에 이어 인기몰이를 했으며, 4월 영문판으로 출간돼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미국 시장에서 재평가 받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큰 호응을 얻었다.
삶과 사랑에 대한 깨우침,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상반기 독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그러나 하반기 독서 시장 지형은 변화해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가 최고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섰다. 올 하반기 팟캐스트 세계 1위에 등극하는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은 ‘나는 꼼수다’의 저력이 도서 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닥치고 정치’가 10월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수치와 호응이다.
또한 지난 10월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출간된 ‘스티브잡스’도 짧은 판매기간 대비 높은 판매량을 보여 2011년 베스트 판매도서 3위에 랭크되었다. 한편 ‘도가니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많은 분노와 역풍을 몰고온 영화 ‘도가니’의 원작 소설인 공지영의 ‘도가니’ 역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측은 “상반기에는 국민들이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시선을 담은 작품에 관심을 보이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수동적인 트렌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하반기로 접어 들어 ‘반값 등록금 투쟁’, ‘나는 꼼수다 열풍’, ‘반 FTA’ 등의 정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사회 문제에 대해 능동적 자세를 띄게 된 것이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이러한 성향을 지닌 작품들의 인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2011년은 작년에 이어 소설 분야의 뚜렷한 약세를 보였다.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소설 분야가 2권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모두 2011년에 출간된 도서가 아니며,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 아마존닷컴의 영향이, ‘도가니’는 영화 개봉 및 흥행이 외부 요인으로 작용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알라딘 측은 “베스트셀러 10위 이내에서 올 해 출간된 소설을 단 한 권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작품 자체의 동력보다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도서가 많다는 것이 2011년의 출판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닥치고 정치’는 ‘나는 꼼수다’가,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 사망이 각각 도서 판매 증가의 동력으로 작용했고 ‘문재인의 운명’도 역시 정치/사회적으로 현 시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영화 개봉 이후 원작 도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김지윤 기자/j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