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한나라당이 파산 직전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파문 등 위기관리능력 부재 속 내홍만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이 7일 전격 사퇴했다. 홍준표 대표가 여전히 버티고 있으나 이들의 사퇴로 당 지도부는 사실상 와해됐다. 대책 없는 사퇴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거취 표명을 미루고 있는 홍 대표 역시 퇴진 초읽기 국면이다. 여기에 당 수명 한계론과, 아예 당을 해산하고 재창당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부 수도권 의원의 탈당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쏟아내는 위기 탈출 해법들은 정작 본질과는 동떨어진 소리로 들린다. 나만 살고 보자는 극도의 이기심마저 엿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설령 헤쳐모여 새 당을 만든다 해도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명분도 없거니와 그 나물에 그 밥이 다시 상에 오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화장을 고치고 성형을 해도 그 사람의 근본이 달라지지 않는다. 인적 쇄신을 수반하지 않는 변화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위기 국면은 정면 돌파가 약이다. 우선 이미 지도력을 상실한 홍 대표가 물러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새 지도부가 그야말로 혁명을 한다는 각오로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 키를 쥐고 전면에 나설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뿐이다. 박 전 대표는 이미 2004년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놓겠다는 의미의 ‘천막 당사’ 카드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의 위기를 헤쳐나온 경험이 있다. 더욱이 그는 사실상 한나라당 유일 대선주자 아닌가.
정당의 체질을 바꾸는 것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국민들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인재를 얼마나 영입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새 지도부의 과제는 자명하다. 이 과정에서 절대 필요한 것은 구성원 개개인의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판에 정치적 이해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지만 여기에 매달리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박 전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당이 망가지면 아무리 촘촘한 대선 전략 프로젝트를 짜놓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박 전 대표가 구당(救黨)의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내년 총선에 새 인재 영입 등 급한 일이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