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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직하고 나누어야 할‘거위의 꿈’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지난주 부산에서 열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세계 정상급 인사는 물론 160여개국에서 3500여명이 참석,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절대빈곤에 허덕이며 원조를 받던 나라가 40여년 만에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유일한 국가, 그 기적 같은 꿈의 현장을 찾아온 것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한국이야말로 개발도상국들에 경제개발 경험과 교훈을 전수해줄 수 있는 적절한 나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개막연설에서 “이곳 부산은 우리 모두가 열망하고 있는 개발의 꿈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로 그 현장입니다. 우리 다 함께 손잡고 제2, 제3의 부산을 만들어 나가자”고 역설했다.
우리나라 무역액이 며칠 전 1조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번째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발표할 당시 5억달러도 안 되던 무역액에서 꼭 50년 만에 이룬 쾌거다. 지구상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무엇이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한 것인가. 가난한 행상의 아들로 태어나 전 세계에 250개가 넘는 호텔을 세운 호텔 왕 콘래드 힐튼은 말했다. “노력이나 재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성공을 꿈꾸는 능력이다.” 고난 속에서도 잘살아 보자고 노래하던 꿈, 어떤 일이 있어도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남겨주겠다고 다짐하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쯤 국내 네티즌에게 ‘지구가 멸망해도 간직해야 할 노래’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응답자들은 ‘애국가’를 첫손으로 꼽은 데 이어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 민요 ‘아리랑’, 비틀스의 ‘Let it be’, 카니발의 ‘거위의 꿈’을 5위 안에 선정했다. 애국가, 아리랑과 함께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거위의 꿈’이 자리 잡고 있다. ‘거위의 꿈’은 원래 그룹 카니발이 만들어 부른 곡을 인순이가 리메이크해 불러 더욱 많이 알려진 노래다. 혼혈 여가수 인순이가 힘들고 지칠 때, 또 누군가 힘겹게 꿈을 지키려 할 때, 우리 이웃들이 꿈을 잃으려 할 때 마음으로 불러주는 노래다.
며칠 전 경북 김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는 ‘드림스케치 사랑콘서트’가 열렸다. 김천소년교도소 재소자 18명으로 구성된 드림스케치 합창단은 이날 1000여명의 관객 앞에서 ‘거위의 꿈’을 노래했다.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무대와 객석엔 시종 박수와 흐느낌, 감동의 물결이 넘쳤다고 한다.
창단 5주년을 맞은 케냐의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이 금년에도 우리나라를 찾았다. ‘쓰레기더미에서 피어난 꽃’ ‘하쿠나마타타’ ‘멈출 수 없는 희망의 노래’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들이 지난해 말 내한공연에서 ‘거위의 꿈’을 부르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거위의 꿈’을 나눠주는 일이다.
유대인들이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난 야곱의 꿈과 이국 땅에 팔려 종살이하며 꾸었던 요셉의 꿈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거위의 꿈’을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하고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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