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곡 연주하다가 첼로 줄이 끊어진 경우는 처음이네요. 그런데 이 줄 이름이 뭔지 아세요? 퍼머넌트(permanent:오래가는)에요. 그런데 이름처럼 오래가지가 않네요. 하하하”
앙코르 곡으로 파야의 ‘불의 춤’을 연주하던 중 첼로 줄이 끊어졌다. 당황할 법도 한데 관객들에게 농담을 던지고 피아노 연주자와 대화를 하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줄을 갈아 끼웠다. 능청스러우리만큼 자연스럽게 연주를 이어갔다. 관객들도 첼리스트의 열정적인 연주에 금세 다시 빠져들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 포비치로 부터 어린나이에 극찬을 들으며 세계적인 첼로 연주자 반열에 오른 장한나. 그녀가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성숙’은 ‘여유’로 연주에 묻어났다.
8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첼리스트 장한나가 2년만에 리사이틀 무대에 섰다. 피아노는 2007년부터 장한나와 연주 인연을 이어온 아일랜드 출신의 피닌 콜린스가 맡았다.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봄직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로 시작했다. ‘사랑의 슬픔’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곡은 가을동화 등 TV 드라마에도 여러 차례 등장 할 만큼 우리 귀에 익숙한 곡이다. 인성(人聲)에 가장 가까운 악기, 첼로가 빚어내는 선율은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부르는 듯 절절했고 때로는 슬픔에 흐느끼는 듯, 때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읊조리는 듯 차가운 겨울 밤을 따뜻하게 수 놓았다.
‘악기를 배우지 않은 관객들과도 충분히 소통하고 싶다’고 했던 장한나의 생각은 이날 연주 레퍼토리에서도 한 눈에 드러났다.
이어진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 단조와 데 팔랴의 7개의 스페인 가곡, 피아졸라의 그랜드 탱고까지. 관객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는 마음이 묻어난 비교적 대중적인 선곡이었다. 땀을 쏟으며 첼로를 켜던 그녀는 곡과 곡사이 땀을 닦았다. 뻘뻘 땀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듯, 첼로도 함께 닦았다. 마치 지휘하듯 피아노를 연주한 피닌 콜린스는 틈틈이 장한나를 쳐다보며 서로 호흡을 맞췄다. 이날 첼로 줄이 끊어질 만큼 혼신의 힘으로 활을 잡은 장한나는 관객들에게 연주를 넘어 열정을 전했다. 관객들은 그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장한나는 생상스의 ‘백조’와 파야의 ‘불의 춤’으로 강렬한 화답을 했다.
<황유진 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