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관련 비리와 의혹이 잇달아 불거져 새삼 역사의 반복을 실감케 한다. 이명박 정부는 츨범 초기부터 “비리 게이트가 없으니 레임덕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말은 공허한 수사(修辭)로 끝나게 됐다.
현 정권 최고 실세였던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 워크아웃 직전의 SLS그룹 이국철 회장과 경영난에 빠진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7억여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와 함께 자금이동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검찰은 밝히고 있다.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도 역시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구명 로비 자금을 받은 혐의로 출국 금지됐다. 이 의원의 또 다른 측근이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 회장 측의 해외 접대 파문에 휩싸여 검찰이 조사 중이다.
물론 속단은 금물이다. 일련의 측근비리와 의혹들은 전모가 드러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대부분 상식선에서 불거진 의혹을 가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처럼 사회적 통념을 훨씬 뛰어넘는 거액의 로비자금이 한낱 의원보좌관을 목표로 전달될 리 없다는 것이다. 자금 공여자인 이 회장은 로비 대상이 이 의원이었음을 사실상 공언하고 있다. 보좌관의 자금 중 일부가 이 의원실 다른 직원 2명의 계좌로 거쳐 간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 자금의 이동 과정과 귀착점, 사용처도 계좌추적으로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 또한 검찰이 이들 로비자금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돈을 건넨 SLS그룹과 제일저축은행은 당시 모두 워크아웃이나 퇴출 직전이었기 때문에 로비 정황을 손쉽게 추론할 수 있다.
검찰은 이 같은 국민적 상식을 행여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일개 국회의원 운전기사의 단독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유사한 초상식적 주장을 검찰이 되풀이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당사자인 이상득 의원의 내년 선거 불출마 선언만으로 이 엄청난 파장을 수습한다는 식은 용납할 수 없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권력의 권위는 영원하고 서릿발 같아야 한다. 정권 임기와 무관하게 모든 권력형 측근비리는 끝까지 엄정하게 다스려야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을 오가는 불명예스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