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주택시장 침체속에서 아파트 분양.계약율을 제고시킬 묘안은 없는 것일까. 재고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매물이 쌓이는 기존주택시장 불황이 신규분양시장을 더욱 압박하는 상황이다. 수십억원씩을 들여 분양홍보 및 마케팅에 나서보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되레 급감하는 추세다. 수백통씩 걸려오던 문의전화가 지난 11월 중순이후에는 아예 뚝 끊겼다.
수천만을 들인 일간신문 광고에 3~4콜(call)이 뜨는 정도다. 이러다 보니 대다수 아파트의 분양과 계약률이 바닥이다. 수백가구 분양에 단 10가구 계약 단지까지 생겨났다. 분양실적이 저조하자 토목공사만 해놓고 시장상황이 좋아질때까지 기다리거나 아예 사업 중단까지 검토해보지만 속시원히 결정조차 내릴수 없다. PF자금 등을 감안하면 사업추진 진퇴 결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양시장의 딜레마는 내년이라고 달라질게 없다. 지방권의 경우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일부 선거 호재로 분양 호조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대도시에서 벗어나 한동안 공급이 중단된 위성도시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2~3년동안 유지해온 지방호조현상 역시 경제력과 수요층이 약해 거품이 언제라도 금방 꺼질수 있다. 경기에 민감한 수도권은 올해보다 불황의 늪이 깊어질 공산이 크다. 국내외 경제불안 지속으로 소비가 감소하는데다 주택시장 구조변화와 대출규제 등 시장내부적 불안요인이 잠재해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악조건을 벗어나기위한 분양마케팅 비용은 크게 늘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침체장세속에서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주택건설업체가 내년 분양계획을 수립조차 못하고 고민에 빠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침체장세속에서 분양실적을 높일 강한 마케팅 전략은 없는 것일까.
세종시에서 최근 분양된 대우,극동,포스코 등의 3500여가구 아파트와 창원에서 공급된 일신건영의 휴먼빌 697가구의 분양은 이런의미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올해 단기간내에 100%계약율을 달성한 이들 단지의 마케팅 성공요인을 분석해 보면 3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전까지만 해도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분양성에 자신을 가질수 없는 입지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세종시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건설, 대림산업 등이 택지를 분양받아놓고도 토지주택공사(LH)에 택지반납을 강하게 요구할 정도였다. 심지어 A건설은 분양하면 200억원, 반납하면 50억원 손해라며 내부 수주심의에서 수차례 탈락 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최초로 민간 분양에 나선 대우건설은 100%분양실적을 올리며 브랜드를 높였고 이어 극동, 포스코등이 연이어 성공을 거뒀다. 창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견업체인 일신건영은 분양 3일만에 93%, 일주일 만에 100%의 완전 계약을 달성, 분양관계자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세종시 주변 및 창원에서 앞서 분양한 대형업체의 분양률이 50%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이들업체가 완전 분양에 성공한 이유는 뭘까. 치밀한 현장 고객니즈 분석과 마케팅이다.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이른바 착한 분양가, 분양타이밍, 평면특화 등 3대 마케팅 전략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세종시 분양업체들은 분양가를 3.3㎡당 750~850만원대, 창원시 일신건영은 680만원대의 저렴한 분양가를 설정, 매력을 준데 이어 사전 마케팅후 과감히 첫 분양을 시도한 것이다. 여기에 소가구 중심 수요층을 겨냥, 20~30평의 소형평형에 수납시설특화 등을 단행함으로써 완전분양을 이뤄냈다.
주택분양시장에서 맞춤형 고객니즈 수용과 최적 분양타이밍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김포 한강신도시를 비롯해 파주, 수원, 당진, 도안신도시 등에서 실패한 분양단지 대부분이 공급자 중심의 과도한 분양가와 평형, 분양시점의 부적절함 등으로 시장 불황을 극복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창원서 일신건영에 앞서 분양한 대형업체 A사가 중견업체 후발주자에 밀려 미분양으로 고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보급이 총량적 한계에 달하고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고객니즈 중심이 아닌 업체중심의 베짱분양처럼 위험한 전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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