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굿바이 2011,헬로 2012’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임동승과 최수정. 이들은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화려한 흐름 속에서도 우직스럽게 회화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 저마다 사색과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선택한 그림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독특한 회화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보인다.
서울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수학하거나, 현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해외 예술계를 경험했던 이들은 “스스로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임동승(35)은 차분히 가라앉은 회색조의 화폭에 인물 혹은 사물의 이미지를 흐릿하게 담아낸다. 영화의 한 장면을 담은 이미지는 그러나 영화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하나의 단편으로써 고유한 맥락을 지닌다. 즉 영화 속 이미지들이 임동승의 회화에선 시간적 연속성이 단절된, 고립된 기표가 된다.
실재 자체가 아니라 실재의 이미지를 표상하는 방식을 취한 그의 그림들은 어렴풋함 때문에 보는 이를 알쏭달쏭하게 만든다. 임동승은 세상을 그대로 묘사하기 보다는 ’중단된 한 순간’을 드러내며 우리가 그저 관습적으로 지나쳐왔던 대상의 본질을 주목하게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의식적으로 보는 이와의 거리를 두고 작업에 임한다. 인지와 거부, 드러내기와 감추기를 공존시켜 다양한 읽기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한편 최수정(34)은 촉각적, 시각적 그리고 환영적인 공간을 직조해내는 작가다. 그의 화폭에는 작은 이미지 파편들이 무수히 부유한다.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작가는 관람객에게 푸른 바닷 속을 즐겁게 유영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그의 작업 또한 임동승과 마찬가지로 대상을 서술하기 보다는, 존재와 상황을 재구성하고 해체하는데 촛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최수정의 그림은 대상의 본질과 대상간, 그리고 대상과 공간과의 ‘관계맺음’을 생각하게 한다. ‘서식지(Habitat)’ 탁란(parasitism,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은 것)같은 미묘한 작품명에서 알 수 있둣, 작가는 공간과 그 공간을 구성하는 존재의 관계성을 탐구하길 즐긴다.
최수정의 화폭에서 이미지들은 한 공간과 시간에 고정되지 않은채 어딘가를 향해 끝없이 떠돌며 움직임을 선사한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과 경험, 의식과 무의식에서 비롯된 형상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이들을 해체, 재구성해 유기적인 작품으로 완성하고 있다. 02)3210-0467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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