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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규제 : 혼네와 다테마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언사가 타인에게 모욕적이라고 하여 형사처벌을 하고 있으며, 진실도 타인의 평판을 저하한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처벌을 하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존재해 최근까지도 노동자들의 파업 선언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마저도 업주에게 심리적 압박을 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돼 왔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도 유권자들이 선거기간 2~3주 외에는 공직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견해를 제대로 주고받지도 못한다. 이런 유의 법들 모두 국제인권기구들이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법들 아래에서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인들은 모두 ‘혼네’와 ‘다테마에’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면이 있다. 공적 대화와 사적 대화를 첨예하게 나누고 평가를 급격히 달리 한다. 공적 대화는 위와 같은 억압적인 법규제들로 처벌받지만 사적 대화에서는 그다지 규제가 심하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장자연 리스트’에 있던 유명인사들 이름이 인터넷에 올라오거나 국회의원에 의해 언급되면 모두 형사 고소가 이뤄지지만 국민 모두는 이미 누군지를 알고 사석에서는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안기부 X파일 ‘떡값검사’의 이름을 기자회견에서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기소됐지만 그 이름들은 이미 공공연하게 회자된 후였다. 결국 이렇게 사적 대화의 숨통이 어느 정도 열려 있으니 억압적인 법제가 사람들을 그나마 질식시키지는 않는다.
또 두 사건 모두 이미 다 아는 얘기를 겉으로 드러냈다고 해서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즉 ‘너희끼리는 속닥거려도 내 앞에서는 표내지 말라’는 이중성이 있다. 이 법제들이 명예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 법들이 보호하는 것은 체면이거나 위선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해 사적 대화와 공적 대화의 구별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블로그나 SNS는 검색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공적인 측면도 틀림없이 있지만, 이용자들 대다수는 ‘내 일기가 보고 싶어 온 사람들에게 일기를 보여주는’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쓴다.
그렇다면 국가가 ‘SNS도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이 위압적인 법들의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SNS는 사적인 측면이 강한데 이 엄청난 법제를 몽땅 다 SNS에도 적용한다면 그나마 열려 있는 국민들의 숨통을 닫는 것 아닐까. 음란 도박물 규제를 하건 말건 말이다.
또 이런 법제들의 실질적인 목표가 ‘체면치레용’이라는 것, 즉 누군가의 체면 때문에 사적인 공간에서 조차 할 말을 못한다는 것에 국민들은 엄청난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닐까. 표현 관련 법제를 바꾸든지, SNS 규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데 선거법은 김제동 씨나 조국 교수의 경우처럼 트윗 몇 개도 ‘선거운동’이라고 처벌할 수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 트윗 하나 때문에 계정 전체를 차단하게 된다. 방통심위와 선거법 몇몇 조항은 더 생각해볼 필요 없이 SNS에서는 추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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