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의 밀본 세력, 후기의 노론사관 그리고 100년 전 나라를 팔아먹은 식민사관이 아직도 살아 있는 권력으로 날뛰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역사학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이같이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역사의아침)의 서문을 통해서다. 이 책은 14년 전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사도세자의 고백>의 개정판. 논란이 된 서문은 올해 초 그의 책 ‘사도세자의 고백’을 정면 비판했던 정병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하며 시작된다. 사도세자가 아버지의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고, 이런 것들로 정신질환이 깊어졌다는 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 소장은 다양한 사료를 통해 반박한다.
『영조실록』‧『정조실록』이나 『어제장헌대왕지문』같은 사료를 통해 사도세자가 『한중록』이 전하는 정신병자와는 거리가 먼 성군의 자질을 지닌 인물이었고, 사도세자의 사상이 당시 기득권 세력인 노론의 기반을 뒤흔들 정도로 혁신적이었기 때문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것이라 주장한다.
사도세자와 영조의 대립은 최근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밀본 세력과 세종과의 대립으로 재현되고 있다. 사대부는 뿌리이고 임금은 단지 꽃에 불과하다는 밀본 세력에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자 했던 임금이란 그저 제거 대상일 뿐이었던 것.
이런 밀본의 사상은 그대로 노론사관으로 이어져 자국의 임금은 임금이 아니라 명나라 황제의 자리에서 볼 때는 자신들과 같은 신하일 뿐이라는 서인(노론의 전신)들의 인조반정 명분이 되었다. 또한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귀족 작위와 막대한 은사금을 받고 희희낙락하는 노론,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 자국사에 대한 테러에 여념 없던 노론 후예 역사학자들. 이들이 해방 후에도 주요 대학 역사학과를 장악하고 교원양성소를 장악해 노론사관, 식민사관을 하나 뿐인 정설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 밀본의 후예들은 이덕일의 책을 다시 한 번 공격하며 사도세자의 부활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 그가 꿈꾸던 나라는 소수 집권층 즉 노론의 나라가 아닌 99%의 백성들이 행복해지는 나라였다. 그의 꿈은 후에 아들인 정조에게 이어진다. 물론 그 또한 훗날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두 부자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왜 백성을 아끼는 사람들은 1%에 의해 항상 죽임을 당하는 것일까? 이덕일 소장이 사도세자의 목소리를 통해 질문하고 있다.
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