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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엔‘빠따’를 짧게 쥐자
“앞으로 저성장ㆍ저금리ㆍ고실업 시대가 올 것이다.”
요즘 얘기가 아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2003년 5월 한 조찬강연에서 한 말이다. 박 전 총재는 이후에도 우리나라가 고성장 시대는 끝났으며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로 진입할 것임을 예고해왔다.
8년여가 지난 최근 우리 정부는 2012년도 성장률로 3.7%를 제시했다. 이 목표치는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보다도 0.1%포인트 낮다. MB정부 들어 매년 정책의지를 성장률 목표치에 반영해왔지만 이번엔 ‘솔직’했다. 정부는 또 유로존 위기가 더욱 악화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도 했다. 내년을 임하는 우리 정부의 각오가 비장하다. 당연하다. 내년 세계 경제는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암울해 보인다. 불확실성과 악재가 어느 때보다 많은 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우선 글로벌 경제를 옥죄는 유로존은 현 시스템으로는 사태 해결이 난망하다. 유럽 정상들이 얼마 전 신(新)재정협약을 맺었지만 벌써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영국이 이번 협약에서 빠졌고 유로본드나 유럽중앙은행(ECB) 역할 등을 놓고 각국의 입장이 극명히 엇갈렸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자국의 이해만을 좇고 있음이 잘 드러났다. 난파선(유로존)에서 누구 하나(그리스) 나가줬으면 하는 시각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ECB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미국과 일본처럼 ECB가 돈을 찍어대면서 문제 국가의 부실채권을 인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종이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려 은행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유로존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경제 역시 본격적인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던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제 둔화도 우려스럽다. 주요 신흥국의 실물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것은 최근 발표되는 지표에서도 속속 확인된다.
내수진작을 하고는 싶지만 상당수 신흥국들은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섣불리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지 못한다. 초긴축에 나서는 유럽이 성장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부동산 거품 붕괴, 물가급등, 빈부격차, 임금인상 등에 따른 외국 공장 이탈 등 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마침내 초고성장 시대를 접고 ‘8+4’(연간 성장률 8%+ 물가 4%) 시대에 진입했다는 내부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도 겹쳤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예측이 어렵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내년에 대선을 치르는 국가만 10여개에 달한다. 한국은 총선과 대선이 같이 있다.
올 들어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재미는커녕 손실을 본 개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코스피 지수만 놓고 보면 1월 3일 2063.69로 시작했으니 이달 13일 종가(1864.06)와 비교하면 9.7%가량 마이너스다. 내년에는 눈을 더 크게 뜨고 나라 밖까지 멀리 봐야 한다. 2012년엔 ‘빠따’를 짧게 쥐자. 한방을 노릴 계제는 아니다. 욕심 부려 길게 잡았다가는 헛스윙 또는 OB를 낼 수 있다. 아니면 긴 러프나 깊은 벙커에 빠져 허우적댈 위험도 크다. 너무 비관적인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투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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