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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현안 잇단 돌출, 원칙적 대응을
첨예한 외교 현안이 연말 한꺼번에 불어닥쳐 우리 외교력을 시험하고 있다. 우선 대(對)이란 경제제재 동참 여부를 둘러싸고 한국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고민 중이고, 불법 중국 어선 선장이 우리 해경을 살해했음에도 3000t급 순시선을 이어도 등 우리 해역에 보내 갈등을 부를 조짐이다. 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14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위안부 평화비’를 설치하면서 한ㆍ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란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미국 의회가 조만간 이란 제재법안을 통과시키면 우리의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란산 석유는 국내 수요의 10%에 이른다. 한ㆍ미 우호관계를 감안해야 하는 입장은 이해하나 이란과의 경제협력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원유 수입은 예외로 하고 제재는 부분 동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기 바란다. 미국도 그 정도 우리 입장은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중국 문제는 해양 주권을 침해당했다며 분노하는 국민 정서가 맞물려 더 꼬여간다. 이 역시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중국의 불법 어로가 더 흉포화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그동안 저자세 외교 탓이 크다. 내년 20주년을 맞는 우호적 한ㆍ중 관계에 설령 악재가 되더라도 당당하게 대응, 중국 정부로부터 납득할 만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이끌어내야 한다.
일본 정부가 평화비 설치와 관련, ‘유감’을 표명하며 철거를 요청한 것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우리 정부가 문제의 핵심인 위안부 청구권과 관련한 양자협의를 제안했지만 일절 외면해오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평화비를 설치했으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일본이 성의를 가지고 풀어야 할 일이다. 우리 외교부가 “정부가 나설 계제가 아니다”며 확실히 선을 긋고 나선 것은 적절했다. 이로 인해 갈등이 확산돼 국제적으로 이슈화되면 결국 곤란한 쪽은 일본이 될 것이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 정부 조치의 다소라도 일본은 배워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은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가장 관계가 밀접한 나라들이다. 가까이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마찰은 빚어진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되 원칙과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물론 그 원칙은 실용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외교의 탄탄한 저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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