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변의 친인척 비리 적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퇴임 후를 대비한 예방주사인지 모르나 너무 심하다. 지난주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 김재홍 씨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4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손윗동서인 황태섭 씨가 역시 같은 은행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아왔다. 황 씨의 경우 고문료의 정상 회계처리를 주장하지만 그가 로비활동에 동원됐을 가능성까지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은행 업무와는 거의 관련이 없는 사람을 그냥 자리에 앉혔을 까닭이 없다.
평소 이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장담해온지라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작지가 않다. 그러나 경고등은 이미 2008년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인 김옥희 씨가 공천비리와 관련해 구속되면서 켜지기 시작했다. 과거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측근 및 친인척들이 각종 이권청탁에 연루돼 물의를 빚었던 사례와 닮았다. 그러나 너무 심하다. 친인척 관리를 책임진 대통령 비서진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하긴 보좌관들마저 줄줄이 엮이는 처지에 말할 계제도 못 된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권력에 기대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당사자들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본분을 망각함으로써 대통령의 권위에 치명적인 흠집을 가한 셈이다. 권력을 이용해 문제를 쉽게 해결해보겠다는 그릇된 풍조가 원인이다. 우리 사회에서 법과 원칙보다는 권력이 우선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선 역대 청와대 민정비서실 책임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자 한다. 결국 이 대통령이 직접 지난 주말 친인척과 청와대 직원에 대한 특별감찰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너무 늦었다는 점을 포함, 청와대 보좌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측근비리는 임기 말로 접어들수록 레임덕이라는 심각한 권력누수를 재촉한다. 궁극적으로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귀착될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의 측근 및 친인척 비리가 우리 정치에 있어 고질병인 것은 결국 인사 잘못 때문이다. 중요한 자리들을 돌아가며 맡다 보니 견제 감독 기능은 사라지고 끼리끼리 해먹는 관행이 생긴다. 적어도 청와대의 등잔 밑이 어두워 대통령의 권력누수를 재촉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하겠다. 지금부터라도 연고나 면식과 상관없는 강직한 인물들을 민정 및 사정기관에 기용, 보다 강도 높은 감찰과 주변 관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