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코드 인사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공석 중인 세종문화회관 신임 사장에 신선희 전 국립극장장과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단장이 유력 거론되고 있는 게 그 발단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박원순 시장이 실질적인 인사권자다.
서울시는 사장 추천위원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 역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물망에 오른 두 사람의 이력과 배경을 보면 코드 논란을 떨치기 어렵다. 정 전 단장은 민주통합당 당권 도전에 나선 문성근 씨의 형수이자 고(故) 문익환 목사의 며느리다. 또 신 전 극장장은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 씨의 누나다. 그들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을 거치며 정치적 코드를 밑천으로 6년에서 길게는 10년씩 문화예술 권력을 누렸던 전력이 있다. 정치적 이념과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계의 고리를 엮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정권 좌파 진영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민의 문화 공연 공간으로 정치와 무관한 자리다. 사장 역시 정치적 색깔과 관계없이 서울시민의 정서 함양과 국가 문화예술 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인사라야 적임자다. 세종문화회관뿐 아니라 적어도 문화예술계만큼은 탈정치ㆍ비정치화해야 한다. 문화선진국 유럽은 진보와 보수 정권이 수시로 교차해도 이에 따라 단체장이 바뀌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초기 문화예술계 수장 자리를 둘러싼 전ㆍ현 정권 인사들 간 마찰이 심했다. 개인적 역량보다 이념의 잣대로 사람을 쓴 전 정권이나, 적법한 절차 없이 윽박지르듯 사퇴를 요구한 현 정권 모두 볼썽사납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 권력이 문화를 지배하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줘야 한다.
문화와 예술은 언제나 순수하기를 대중은 원한다. 물론 예술적 재능에 상응하는 사회적 예우와 보상은 충분해야 하나 지나치게 돈과 권력에 집착하면 결국 대중의 외면을 받을 뿐이다. 연간 20억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면서도 아들과 며느리 항공권까지 기관 돈을 쓴 정명훈 시울시향 감독의 행태는 그래서 더욱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1회 지휘료 4000여만원을 받는 세계적 지휘자라면 처신이 보다 분명했어야 한다. 마에스트로답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예술계를 주름잡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