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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학도가 예술을 체험하는 이유
12월 12일 오후 5시. 국민대학교 예술대학에 위치한 대극장에서 색다른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의 내용은 모두 5가지. 각기 다른 장르로 이루어져 있다. 마임을 이용해 자신들의 경험과 일상을 표현한 ‘몸으로 표현하기’, 세계 각국의 춤을 선보이는 ‘춤으로 하는 세계여행’, 연극이나 고전소설 속의 인물을 통해 자아를 탐색해보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대학생의 고민과 사랑을 다룬 ‘체험 뮤지컬’, 그리고 몸으로 소리를 내면서 연주하는 ‘바디 퍼쿠션(Body Percussion)‘이 그것이다.
무대 위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모습은 어딘가 어설프지만 무대 위나 객석이나 분위기는 여느 공연 못지않게 뜨겁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어린 시절 경험이나 현재의 일상을 몸으로 표현했다는 ‘몸으로 표현하기’ 공연이나 ‘춤으로 하는 세계여행’ 등은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객석에서는 공감의 환호를 보내기도 하고, 실수에 대해서는 격려의 멘트를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공연의 주체는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도 아니고, 교양수업을 선택해서 듣는 학생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경영학부 신입생’이다. 경영학부 신입생은 두 학기에 걸쳐 위의 다섯 프로그램 중 2개를 수강해야 한다. 5개 반으로 나뉜 이들은 무대 위의 아마추어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다른 반의 작품을 감상하고 환호하는 관객이기도 하다. 1학기에는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2학기에는 한결 태도가 좋아졌다.
경영학부 신입생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하고, 무대 위에서 발표까지 하게 하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올해 초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과연 공연을 할 수는 있을까, 학생들이 제대로 참여하기는 할까, 여러 가지 우려가 많았다. 일단 경영학부 신입생들이 ‘왜 내가 이런 걸 배워야 하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영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수업에 불성실하게 참여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둘째, 대학 1학년은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업에 집중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학년에는 재수, 또는 반수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학교에 대한 애착이나 몰입이 어려운 학생들이 꽤 있다. 또한 1학년은 무조건 놀고 봐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에 충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1학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강사 한 분은 ‘평생 이렇게 힘든 수업은 처음’이라며 두 손을 들었을 정도였다. 수업에 잠깐씩 들어가 보면 집중하지 않고 다른 짓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기를 마무리하는 ‘발표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막상 무대 위에 선 학생들은 끼와 숨은 실력을 발휘했고, 학생들도 교수들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 2학기에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 커졌고, 무대는 더욱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다.
왜 경영학도가 뮤지컬, 마임, 바디 퍼쿠션, 댄스를 배워야 하는가. 우리 학생들에게 누누이 설명하던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 이렇다. 첫째, 경영학과에 오는 학생들은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좌뇌형 인간’에 가깝다. 하지만 21세기에 필요한 인재는 창의성, 통합, 감성 등을 중시하는 ‘우뇌형 인간’의 면모도 갖추어야 한다. 문화예술 체험을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균형 잡힌 인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문화예술의 생산자가 되기는 어려울지라도 ‘적극적인 문화예술의 소비자’가 되어 풍부한 문화선진국의 바탕을 형성해주기 바라기 때문이다. 셋째, 무엇보다 우리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풍부하고 행복하게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많은 학교에서 실험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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