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기인사를 열흘여 앞두고 1급 공무원 5명에게 강제퇴진을 요구, 물의를 빚고 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나 그 범위가 워낙 충격적이다. 별정직을 제외하고 서울시 1급 공무원이 6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면 물갈이인 셈이다. 박원순 시장의 균형 있는 인사 원칙에 따르다 보니 인사 폭이 커졌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나, 과거 정반대 세력이 입성해도 조직 쇄신 차원에서 1급 1~2명 정도 퇴진했던 관례와 너무 거리가 멀다. ‘오세훈 색깔 지우기’ ‘정치적 보복’ 등 정치판에나 어울릴 뒷말이 무성할 만하다.
서울시 공무원 노조도 22일 성명을 발표, 박 시장이 이번 인사로 시 전체 조직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1급 공무원 5명이 왜 나가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의견을 제시하라고 일갈했다. 균형 있는 인사 원칙이 과연 무엇인지 박 시장 측 대응이 궁금해진다. 이번 인사파동을 한번 거쳐야 할 관문쯤으로 대수롭잖게 여겨선 곤란하다. 인사문제로 인해 시정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시장의 자질, 능력과도 직결된다. 시 일각에서는 ‘보이는 손’에 의해 초보 시장이 끌려다닌다는 노골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나 인사 파문의 전후를 살펴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여럿 엿보인다.
이번 인사안을 사전에 밝히면서 1급 용퇴를 요구한 김상범 제1부시장은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공교롭게도 김 제1부시장은 불과 1년 전 오세훈 시장의 두터운 신임 아래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다 업무 과오로 전보당한 뒤 박 시장 선거 캠프에 급히 합류, 박 시장의 선거공약을 주도한 공로로 제1부시장으로 승진 복귀했다. 물론 수장이 바뀌면 어느 조직이든 연착륙과 원활한 업무지휘, 무엇보다 조직변화의 순기능을 위해 일정 인적쇄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도 순리적이어야 한다. 노조가 정치권과 시장에 대한 연줄이 능력보다 우선한다는 세간의 우려를 지적한 이유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수십 년을 봉직해온 1급 공무원들이 제자리를 잡고 있어야 독단과 전횡을 막고 고생하면 희망을 본다는 좋은 전통도 이을 수 있다. 서울시장은 공인이고 행정가이지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정부의 인사난맥을 비판하고 당선된 이들이 또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정치판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쓴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