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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시할 수 없는 국회 내 예산경시풍조
국회 새해 예산 심의가 막판에 이르자 예산 따내기 경쟁이 또 치열해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주변에 난무하는 민원성 ‘쪽지’가 이를 입증한다. 안면을 중시하고 연줄에 약하고 편법에 잘 넘어가는 정치적 악습이 도진 것이다. 정부 예산안을 꼼꼼히 따져 한푼이라도 깎아야 할 국회가 경쟁적으로 혹을 더 키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꿰맞추고 갖다붙이기를 반복하니 매번 누더기 예산안이 된다.
내년 총선, 대선이 이를 더 조장한다. 민원성 사업 예산을 하나라도 끼워넣으려 혈안이고, 세금을 갖다쓰는 기관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연줄을 찾고 촌지 향응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직원이 새해 예산안 심의와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 전문위원에게 돈봉투를 건넸다 돌려받고, 골프 등 향응을 제공하려다 들통 났다. 거꾸로 해당 전문위원이 평소에 과도한 접대를 요구했다는 맞대응도 나온 이상 법에 따라 엄격하게 다루기 바란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이들이 혈세로 촌지와 향응을 서슴지 않는, 그 못된 버릇부터 고쳐줘야 한다.
민원성 지역예산 확보 여부가 의정 능력과 승수 쌓기 경력으로 치부되는 정치풍토도 개탄스럽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경쟁이 치열하다. 타당성 조사, 설계비 등 명목으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단위로 일단 끼워넣고 보자는 식이다. 몇 년에 걸쳐 추가 예산은 관성적으로 더 커지고, 결국 사업성 결여로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대 흉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업조사비 예산 5억원 배정이 결국 20년간 연평균 1000억원 이상의 혈세를 물어야 할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말 막판에 끼워넣은 올해 30건의 각종 SOC 초기예산은 500억원에도 못 미치나 총사업비는 무려 3조원대에 이른다니 한마디로 어이없다. 국회 증액사업이 검증 전에 예산부터 배정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의심스럽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건설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한 국가재정법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다. 전체예산 300조원대를 떡 주무르듯 해 끼워넣기 수억원, 수십억원 정도는 푼돈으로 보는 이들이 나라살림을 좌우하는 현실이 아찔하다. 세금감시체계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 내 예산경시풍조 근절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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