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새해부터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크게 내리기로 했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2008년 말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해져 ‘연체대란’ 가능성이 커진 때문이다. 예상대로 국책은행들이 앞장서자 고육지책이나마 시중은행들이 뒤따른 셈이나 앞으로 운용이 더 문제다. 2년 안에 최고 대출금리를 한 자릿수로 낮추겠다는 기업은행, 유망 중소기업과 장기 거래기업에 한해 0.5~1%포인트 추가인하를 고려 중인 신한은행 등 다양한 방법과 아이디어가 제시된다. 하지만 은행의 속성상 얼마나 효율적인 중소기업 돕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자칫 인하 간판만 내걸고 꺾기 등 약자의 손목 비틀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남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난이 겹친 데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북한발 불확실성 등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럴수록 서민과 중소기업 등 약자들이 더 살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월 말 현재 1.83%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말보다 더 높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신규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5.66%에서 지난 10월 말 6.01%로 상승, 대기업과 비교가 안 된다. 그런 데다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까지 올해 3.8%보다 낮다. 위기상황 아닌가.
반대로 은행권의 올해 순이익 규모는 총 16조원대로 신한금융,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 몫이 10조원에 이른다. 낮은 예금이자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이자로 수익을 올린 것이라면 생각할 문제다. 서민과 중소기업 대출이자를 더 내릴 여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외환, 우리 등의 은행 예대마진이 유독 높은 것은 눈여겨볼 사안이다. 연체대란을 막고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려면 대출이자를 낮춰 중소기업들이 활발히 사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신규 여신도 늘리고 은행도 사는 선순환을 유지할 수 있다.
공멸과 상생, 나아가 ‘윈-윈’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더 이상 날씨가 맑을 때 우산을 빌려주고 정작 비가 오면 우산을 뺏는 식의 약탈적 금융문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시위’등 금융권의 탐욕과 모럴 해저드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것이다. 금융권의 연말 인력 구조조정은 체질개선과 체중조절 차원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또 사회 여건에 부응한 복지와 임금 수준 유지로 사회 비판을 사전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