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며 여전히 안정화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하는 상황에서 독일 경영자들은 올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기업들이라면 이에 많은 관심이 있을 것이다.
독일의 주간 경제지인 Wirtschaftswoche지에 따르면 많은 경영자들이 2012년을 한마디로 ‘위기가 동반된 성장’이라고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 순환이 짧아지면서 이제 단기간의 위기 대비 경영이 화두가 되었다. 변화를 예측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기업의 대응능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최소 올 상반기까지의 경기 침체 예상에 대해 많은 경영자들은 고정비용을 줄이고, 자재구입 비용을 절약하며, 아웃소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한다. 독일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Lufthansa는 항공기 리스 비율을 줄여 고정성 비용과 항공기 운항을 줄이며, 더 심한 상황에서는 항공기 매각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위기를 대비한 유동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대표적인 제약기업인 Bayer은 평소 7000만 유로 가량의 유동성 자금을 38억 유로 수준까지 늘려놓은 상태이다. 지난 재정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한 탄력근무제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기계류 생산업체인 Trumpf는 9000명 근로자를 대상으로 위기에 대비한 비축 급여를 현재의 250시간에서 350시간 분까지로 늘려, 근무시간을 줄이더라도 급여 수준이 줄지 않도록 완충장치를 늘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 투자 및 연구 비용도 줄어들게 될까? 재정위기를 통해 오히려 튼실한 제조업에 대한 시장수요를 확인한 독일 기업들은 위기 이후를 대비해 급격한 설비투자감소를 피하고 있다. R&D비용은 오히려 2010년 보다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컨설팅 업체인 Roland Berger는 신제품의 싸이클은 불경기에는 호경기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며, 불경기 때 제품을 출시하고 정비해 호황기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즉, 신제품 출시를 멈추는 것 보다는 기존 생산제품 수를 줄여 단순화하는 것이 고객 동요 없이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임을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 한 회의에서 만난 독일 진출 우리기업들은 재정위기 속에서도 독일이 선전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여타 재정위기국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취급 품목별로 큰 차이가 있었다. 한-EU FTA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기계, 화학섬유 등은 재정위기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호조를 보이고 있었으나,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업체는 지속적으로 시황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같은 업종에 있어서도 상품경쟁력에 차이에 따라 위기시에 맞게 되는 구조조정의 압력은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독일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재정위기의 파고가 여전하지만, 금융위기의 성격이 짙은 이번 위기를 지나면 다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이 여전히 강하다. 우리기업들도 독일시장의 이러한 흐름을 읽고, 신용경색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술집약적 기업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기회 요인을 찾아 본다면 유럽 경제가 좋지 않은 시점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조일규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