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근 세영세무법인 고문 경영학 박사 |
스웨덴ㆍ덴마크를 비롯한 ‘유럽형 복지국가’ 국민은 국내총생산(GDP)의 30%~40%대에 달하는 많은 세금을 냈고, 미국ㆍ일본 등 ‘저복지국가’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10%~ 20%대에 불과하다. 복지와 세금 수준이 같이 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19.3%(2010년)로서, ‘저부담-저복지’ 국가에 속한다. 이런 구조에서 복지를 늘리려면 증세밖에 별 도리가 없다. 일부 정치권이 주장하는 ‘유럽형 복지국가’로 가려면 우리 국민들은 현재보다 2배 정도 더 많은 세금을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 놓는 정치권은 국가부채를 늘려 대한민국을 그리스 꼴로 만들 정당과 정치인으로 보면 틀림없다. 그리스는 세금을 더 거두지 않고 빚을 얻어 복지를 늘리다 국가부채가 1981년 국내총생산(GDP)의 28%에서 2010년 120%로 늘어나 부도위기에 내몰렸다. 소위 ‘PIGS’로 불리는 포르투갈ㆍ 이탈리아ㆍ 그리스ㆍ 스페인이 비슷한 처지에 있다. 복지에 있어 이들 나라는 우리의 반면교사다.
여야 정치권은 재원마련 방안으로 부자감세 철회ㆍ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세율 인상에 집착하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선 소득세 최고세율을 38%로 올리고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3억 원 초과로 하는 소위 ‘버핏세’가 통과됐다. 이 경우 계산상 더 걷히는 연간 세수는 6000억 원 내외로 추산되는데, 세율 인상으로 인한 투자와 소비 감소, 국제경쟁력 저하 등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을 감안한 순(純) 세수는 이 금액보다 줄어들 수 있다. 세율 인상으로 막대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복지재원마련을 위한 세제개편은 ‘부자증세’라는 정치적 잣대에 의한 세율 인상보다 비과세ㆍ 감면 축소, 고소득자의 숨은 세원 발굴,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것이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조세정책이다. 한편 거래세가 높으면(현재 비중 70%)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고, 보유세가 낮으면(현재 비중 30%) 부동산 보유를 부추겨 빈부격차가 확대된다. 이런 문제점은 취득세를 낮추고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통합해 부동산 부자 중심으로 재산세를 올리는 방법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과제다.
우리는 올해 선거에서 ‘복지와 세금을 어느 정도 늘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기로(岐路)에 서 있다. 여야 정치권은 구체적 복지재원 마련방안을 포함한 ‘복지로드맵’을 내 놓기 바란다. 여기에서 유권자인 국민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세상에 공짜 복지는 없다’는 사실이다. 증세 없이 복지를 늘려주겠다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속아서 표를 줘선 안 된다. 표에 눈이 어두워 국민을 호도하고 나라 살림을 그리스 꼴로 거덜 낼 정당과 정치인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순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