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신년국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화두로 삼은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돌연 사망에 따른 한반도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당연하다. 지금까지의 대북 강경기조를 통 크게 접고 실용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매번 연설 뒷부분에 자리 잡던 안보문제를 서두에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대화’ ‘상생공영’ ‘6자회담’ ‘경제적 지원’ 등을 거듭 언급, 현재 우리가 처한 남북관계를 위기이자 곧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평화와 안보가 가장 긴요하다’는 표현으로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을 간접적이나마 밝혔다. 이 때문에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언급을 피했는지 모르나 일반 국민정서와 군 장병, 특히 유가족들과 대단히 동떨어진 입장을 보였다. 이를 두고 쌍방 간 예민한 문제를 당분간 덮어두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보는 견해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대북관계 일관성 유지에는 큰 흠이 아닐 수 없다.
일단 현 시점에선 강경일변도보다 유연성이 외교적으로 운신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유화정책이 능사는 아니다. 북한 태도를 보아가며 단계적인 대응조치를 준비하는 게 맞다.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 6자회담을 정상화하고 경제적 지원을 얻을지는 그들 하기에 달렸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그들은 남측의 조문 원칙에 갖은 험구를 쏟아내고, 신년사를 통해 미군 철수 등 상투적인 공갈협박에다 선거 개입 등 정략적 헛된 욕망까지 서슴지 않는다. 두려운 개가 짖는다고 한다. 일단 북한의 권력승계와 새 지도부 구성, 사회적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는 편이 옳다. 안보에 관한 한 임기 말 조급증은 금물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역점을 둔 것은 일자리 문제다. 특히 청년실업 축소를 최대 과제로 삼고 10조원을 투입, 청년 일자리 7만개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방법과 투입자금의 효율이 문제다. 그것은 거대 수출산업보다 중소기업 지원과 내수산업 활성화, 서비스 산업의 확대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당사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염두에 두고 눈높이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대학은 물론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의료, 교육, 컨벤션 산업 등을 갖가지 이유로 방해해온 세력에 임기 말 대통령이 저력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