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뒷북치듯 물가관리에 초비상을 걸었지만 생색내기 인상이 짙다. 정책적 불신이 워낙 깊은 데다 인위적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자체가 의문인 것이다. 도대체 물가 주무당국인 한국은행은 손을 놓고 있다. 설립목적과 달리 아예 배짱을 부리는 눈치다. 노무현 정부 당시 팽창했던 유동성이 부동산 침체를 틈타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 책임은 MB에 있다. 유동성 흡수 등 선제적 조치 여부에 정부와 한은은 책임전가에 급급했다. 이번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만 해도 역사에 남을 만큼 웃기는 얘기다. 배추 값, 상추 값을 책임지라지만 그게 될 일인가. 장관과 총재가 나서도 안 되는 일을 일개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과장에게 맡긴다고 잡히지는 않는다. 현 정부 출범 초 2008년 장바구니 물가를 잡겠다며 쌀ㆍ배추 등 52개 품목의 ‘MB물가지수’를 내놓았지만 1년도 안 돼 실패했고, 지난해 7월에 이를 보완, 시도했어도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MB물가는 오히려 올랐다.
올해엔 성장 대신 물가에 치중한다는 의사표시를 연초부터 밝혔다. 그러나 성장과 일자리는 동전의 양면이어서 정책적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약발은 실기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2000년대 중반 넘쳐난 유동성이 안전자산인 부동산으로 쏠려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어도 전체 물가는 안정됐었다. 당시 참여정부가 부동산 가격마저 잡는다고 형벌적 폭탄세금을 부과하자 이제는 부동산 시장이 죽고, 이미 팽창한 유동성은 고유가에 편승, 이 정부 들어 물가상승의 주범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정책의 빈곤이다. 한은의 물가 무책임이 또한 여기에 힘을 보탰다. 이 역시 적절한 인사들이 물가당국을 관할케 하지 못한 인사 과오의 결과 아닌가. 타이밍에 맞는 대출규제나 금리인상 등 선제적 조치를 고민만 하다 유럽 재정위기를 맞아 물가 궁지에 몰린 것이다.
이제 불황이 더 깊어지면 물가보다 오히려 경기방어책을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금리인하나 재정 조기집행이 그것이다. 물가관리에는 총수요 억제는 기본이고, 공무원 임금 등 공공요금 인상 자제, 금융권의 적극적인 수수료 및 연체이자 인하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격을 내리는 만큼 업소나 업종에 세제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공무원 임금은 작년 5%, 금년에는 3.5%씩 오른다.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