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동차업계에 파업으로 점철된 2011년은 가장 잊고 싶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10년 자동차 수요가 전년 대비 31% 증가하며 세계에서 2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던 인도 자동차시장은 작년 초만 해도 가파른 판매 상승세가 전망되며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인도 최대 자동차생산업체인 마루티 스즈키의 파업, GM 공장 파업 및 타이어업체 파업 등으로 몸살을 앓으며 11년 만에 가장 가파른 판매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인도 판매 1위인 마루티 스즈키의 IMT 마네사르(Manesar) 공장에서 일어난 파업은 인도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관리해야 하는가, 생산력 증대와 직원 급여 및 복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마루티 스즈키는 인도 마루티 우디오그와 일본의 스즈키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인도 자동차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소형차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그런 마루티 스즈키에서 일어난 총 60일간의 파업으로 이 회사는 5만대 이상의 생산차질을 빚었으며, 약 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인도 진출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코트라가 주최한 경영환경세미나에서 마루티 스즈키 사례를 발표한 김광로 전 비디오콘 부회장은 인도 유력 경제일간지인 이코노믹타임스 사설을 인용해 파업의 이유를 분석했다. 최근 3년간 다른 공장이 17%의 생산 증대를 보인 것과 달리, 마네사르 공장은 40%의 생산 증대를 보이면서도 이에 따른 처우는 더 후퇴해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8시간 교대근무인력의 총 휴식시간은 30분의 점심시간 및 2번의 7분30초 휴식, 무노동-무임금 원칙의 고수, 중국 공장과 같은 강경일변도의 작업 분위기, 40%를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파업의 주요 이슈였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의료비 지원이 아예 없고, 사전 고지가 필요 없는 일방적인 해고가 가능했다. 마네사르 공장이 속한 하르야나 주의 법정 최저임금이 1만2000루피였음에도 정규직은 약 2만5000루피를 받는 반면 비정규직은 4700루피만을 받는 등 차별대우의 정도가 극심했다.
마루티 스즈키에서 지난 30년간 일어난 파업이 총 7회였는 데 비해 2011년 일어난 파업은 4회에 달하면서 인도 인력에 대한 적절한 노무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을 어느 정도로 유지해나갈 것인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어느 정도로 해줄 것인가 등의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 마루티 스즈키의 파업.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물론 로컬 기업 및 다국적 기업들 모두에게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노무관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각인시켜준 계기였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넘어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한 바와 같이 CSV(Corporate Social Value)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금, 우리 기업들은 마루티 스즈키 사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