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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원순표 복지’ 출발이 성급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궐선거 당선 이후 첫 ‘시정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마을형 문화공간과 어린이집 확충 등 시정의 중심을 ‘사람과 복지’에 두겠다는 게 요지다. 이를 위해 올해 24%인 복지예산을 내후년에는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취지는 좋지만 ‘박원순표 복지’의 출발이 너무 성급한 느낌이다. 정책을 뒷받침할 재원의 조달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결여돼 보인다. 보편적 복지 실험이 시 재정을 악화시키고 오히려 서민들 생활을 더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령 3조원을 들여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 8만가구를 짓겠다면서 동시에 SH공사의 부채 7조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과욕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집도 많이 짓고, 서울시의 빚도 대폭 줄일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두 마리 토끼 몰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 바람에 저소득 고교생 대상 장학금 예산이 올해 절반 가까이 잘려나가게 됐다. 한정된 재원으로 벌이는 제로섬 게임에선 수혜자가 있으면 피해자가 나오게 마련이다.

서울형 복지의 확대는 지역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지 못하는 5만명의 빈곤층 생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그렇다. 다른 광역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빗발칠 게 뻔하다. 서울시보다 재정 사정이 열악한 타 시도들은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터이고, 이 때문에 서울 인구집중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서울 지하철 적자를 정부가 메워달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혜택을 보지 못하는 다른 시도 주민들에게 엉뚱하지 않은가.

세입은 그대로인데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면 빚을 내든지, 다른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다. 차라리 시민운동을 할 때처럼 대기업 협찬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우선순위로 풀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무작정 복지 확대보다 복지 효율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돈을 아무리 뿌려도 새나가서 복지수요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복지 전달체계를 전면 재정비, 엉뚱한 봉이 김선달들이 돈을 타가는 일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게 먼저다. 복지는 늘리기는 쉽지만 줄이기는 어렵다. 남유럽, 아르헨티나 등이 그런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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