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제개혁’으로 통일과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 나서는 여야는 ‘부자증세’라는 포퓰리즘을 버리고 조세원칙에 충실한 세제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래야 세제가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을 최소화하면서 원활하게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소득세 과세표준 3억원 초과에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 ‘한국판 버핏세’로 늘어나는 세수는 6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세율인상은 조세저항과 경제적 비효율에 부딪히기 때문에 세수 확보에 한계가 있다. 더구나 탈세자를 그대로 두고 소득을 드러낸 성실신고자만 세금을 더 내라는 식의 세율인상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조세원칙에도 어긋난다. 이제 소득세제 개편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ㆍ지하경제ㆍ역외탈세ㆍ대기업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등 ‘탈세자의 누락 세원(稅源 : Tax base)’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등 ‘세원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부동산 거래세 비중(70%)이 높고 보유세 비중(30%)은 낮다. 높은 거래세는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한편 부동산시장을 침체시키고, 낮은 보유세는 부자들의 세 부담을 줄여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왜곡된 부동산세 구조를 거래세인 취득세를 낮추고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통합시켜 부자 중심으로 재산세 부담을 늘리는 방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부자들 세금인 보유세 비율은 국내총생산에 대비 0.82%로 선진국(2~3%대)의 3분의1 수준에 있다. 과연 정부와 정치권이 ‘양극화 해소’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부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자면서 일부 야당이 제기하는 ‘부유세(Wealth tax)’는 바람직하지 않다.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는 조세저항ㆍ자본유출 등 그 폐해 때문에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 유럽국가가 이를 폐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폐지를 권고할 정도로 구시대적 세금으로 전락했다. 원칙적인 세 부담 능력의 지표는 ‘소득’이다. ‘소득세’를 강화하는 정책이 세계 추세와 조세원칙에 부합한다.
그리고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2% 포인트 올리면 연간 10조원의 세수를 더 거둘 수 있다. 재원확보에 목말라 있는 정부가 부가가치세율 인상에 유혹을 느낄만하다. 하지만 단일세율로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그 부담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물가를 부추겨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가계를 더욱 어렵게 한다. 지금은 부가가치세를 올릴 때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다.
한편, 방대한 비과세와 감면도 문제다 지난해 비과세ㆍ감면세액이 무려 30조6000억원으로서 2010년보다 7000억원 늘었다. 비과세ㆍ감면은 특정분야의 세금을 깎아주기 때문에 세수를 줄이고 세 부담의 공평을 해친다. 주식과 채권 양도차익 등 부자관련 금융소득을 중심으로 점차 줄여 나가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의 40%인 839만명이 과세미달자인 것도 문제다. 미국 등 선진국(20% 내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 국민이면 누구나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야한다는 국민개납주의(國民皆納主義)와 납세의식 제고 차원에서 개선돼야 할 과제다.
이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