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진실 게임이 점입가경이다. 돈을 받은 사람은 있는데 줬다는 사람은 없고, 왜 받지 않았느냐는 질책성 전화가 걸려왔지만 건 사람은 없다며 갑론을박이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돈을 주길래 거절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는데도 누가 줬는지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면 더 큰 태풍을 맞게 될 것이다.
먼저 고승덕 의원과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간 공방의 진실을 가려야 한다. 고 의원은 당시 당 대표 후보였던 박희태 국회의장 캠프 상황실장인 김 수석에게 봉투를 돌려보낸 이유를 따지는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서 밝혔다. 반면 김 수석은 고 의원과는 전화는 물론 말 한 번 섞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고 의원 말대로라면 김 수석은 검찰 조사에 나가 돈의 출처와 ‘윗선’의 실체를 상당 부분 드러내야 한다. 물론 그 반대라면 고 의원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진실 게임이다.
돈봉투 파문의 불똥은 급기야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으로 번지며 절정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당시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돈 경선’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제 파문의 수렁은 더 깊어져 어설픈 변명이나 꼬리 자르기로 끝날 수 없게 됐다. 또 그렇게 끝나서도 안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야기할 것이 없다”며 입을 다무는 것은 온당치 않다. 본인 스스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속히 귀국,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게 자신과 혼란한 국정을 살리는 길이다.
자체 조사를 해보았으나 물증이 없다며 슬그머니 덮으려는 민주당의 행태 역시 한마디로 비겁하다. 원혜영 임시대표는 “증거가 나오면 검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별 의지가 없어 보인다. 돈봉투의 구체적 액수까지 적시되고 있는데도 서로 쉬쉬한다면 결국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게 될 것이다. 더욱이 당 지도부 경선에 나선 후보들조차 암묵적 동의하에 언급을 회피하는 모습은 절망스럽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국민들 앞에 고해하고 처분을 맡겨야 한다. 차제에 돈 정치의 구태를 뿌리 뽑지 못하면 우리 정치는 또 수십 년 뒷걸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