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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권은 설 민심 제대로 읽었는가
총선 정국에 들어선 정치권이 설 민심을 토대로 본격적인 민심잡기 정책개발과 공천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명절이 그동안 국민 불신의 대상이던 정치권에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진정한 민심의 저변을 섭렵했는지는 의문이다. 반성 없는 정치, 국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정치로서는 진력난 유권자들의 기성정치 환멸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 불신에 여야 모두 책임이 있지만 여당 몫이 더 크다. 집권 한나라당은 거대 의석을 갖고도 소신 있는 정책 수행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생의 주름을 고루 펴는 데 실패, 오히려 사회경제적 양극화 인식은 더 확산됐다.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증폭시킨 경제적 양극화는 정책적 보완도 정치적 보정도 제대로 안 된 채 오히려 사회적으로 과장되기도 했다. 범세계적으로 양극화와 누적된 위기감은 급기야 1 대 99의 대결구도로 발전하면서 이미 경제 이슈의 범주를 벗어나 정치화됐다. 따라서 민생이 가장 큰 이슈이면서 실제로는 가장 정치적인 판단이 지배하는 형태의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정치적으로 행동할수록 여당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심각한 고전을 겪으리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상황이 이처럼 다급해지자 재창당설과 대통령 탈당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름을 바꾸고 대통령이 당을 나온다고 사태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핵심은 여당이 얼마나 참신하게 국민 앞에 새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있다. 젊은이들에 아첨하는 눈가림이나 인기주의 선심정책을 남발하는 것도, 설익은 쇄신안을 절제 없이 양산하는 것도, 다급하게 쫓기듯 급조하는 개혁조치들도 모두 근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신뢰마저 무너뜨린다.

지금 여당에 필요한 것은 엉성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신속히 탈피하고 보다 광범하게 신망 높은 외부 인사들을 영입, 수준 높은 공천대책위를 구성하는 일이다. 현재의 모든 기득권을 함께 내려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현 여당이 참패를 면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오로지 그 길뿐이다. 집권을 노리는 야당은 정권에 대한 비판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수권정당다운 책임감을 갖추는 일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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