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과정에서의 돈봉투 거래가 사실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치러진 예비경선 당시 ‘화장실에서 돈봉투를 돌렸다’는 내부 폭로에 이어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돈 거래가 의심되는 CCTV 화면까지 확보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똑같은 사안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이번 대표 경선에서만 두 번째 돈봉투 파문이 터졌는데도 정작 민주당의 태도는 어정쩡하다. 지난 9일에도 영남지역 뭉칫돈 거래 의혹이 모 인터넷매체를 통해 제기되자 이틀 동안의 자체 진상조사 후 은근슬쩍 뭉갰다. 이번에도 이를 보도한 KBS에 사실관계 확인 요청서를 보내는 선에 머물고 있다. 익명의 제보에 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겠느냐는 게 공식 입장이다. 민주당으로선 사실이 아니길 바라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구체적인 녹취 증언까지 나온 이상 진상조사는 물론 검찰 수사까지 의뢰하는 것이 공당으로서 올바른 자세 아닌가.
한나라당의 돈봉투 파문을 ‘만사돈통’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하는 민주당이 자기들의 의혹은 쉬쉬하기에 급급한다면 여론의 역풍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은 한나라당에 대해 수사가 엄정하게 진행 중인 것을 뻔히 알고도 민주당이 음습한 장소에서 다시 일을 벌인 혐의에 대해 철저한 수사로 전모를 밝혀야 한다. 한나라당의 사태가 뒤늦게나마 내부 폭로에 의해 이뤄졌듯 민주당 관련 제보자 역시 내부고발자로서 떳떳하게 나서는 게 정치 밀알다운 행위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런 비리들과 관련, 당대표제 폐지는 물론 당 간판마저 내릴 움직임인데도 민주당이 총선기획단을 꾸리는 등 오로지 선거에 몰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내부개혁부터 진정성 있게 해보이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전대에서 불법선거가 이뤄졌다면 그 배경과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민주당 새 지도부에 대한 도덕성과 정당성 시비는 불가피해진다. 특히 정치자금법 혐의로 재판 중인 한 대표와 임종석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26일 정치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을 면회하는 등 법과 상치되는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은 상식을 넘어선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