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한 지 27일로 한 달이 됐다. 비대위는 공천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당명 및 정강정책 개정 작업 등 ‘재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전방위 쇄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박 위원장의 의지와 달리 굴러가는 소리만 요란할 뿐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국민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와 실정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한 데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의혹, 내곡동 MB사저 파문,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줄줄이 악재가 불거지면서 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대로라면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결과는 기대난망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꾸려진 비대위는 한나라당을 구할 마지막 동아줄이다. 그런데 지금 비대위 활동을 지켜보면 이런 절박함이 묻어나지 않는다.
한 달 만에 비대위의 공과를 평가하기는 무리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총선이 불과 70여일 앞으로 닥쳐왔다. 그런데도 개혁의 속도감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는다. 야심차게 내놓은 상향식 공천제와 여성 우대 등의 공천 개혁안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멀어진 민심을 돌리기는커녕 4월 총선에 출전할 선수나 제대로 채울지 의문이다. 보수 삭제 등 비생산적 논란으로 공연히 시간만 허비했다. 반말하지 않고,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타겠다는 국회의원 대국민 약속은 의도는 좋지만 너무 한가해 보인다.
비대위의 존재 이유는 전면 쇄신이다. 그중에서도 인적 쇄신이 핵심 과제다. 그런 점에서 당장 주력해야 할 것은 제대로 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고, 객관적이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 이들을 적재적소에 공천함으로써 환골탈태한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비리와 추문에 연루된 인사들은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현 정권 실정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의 물줄기를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다. 비대위가 당명 변경을 결정했지만 이 역시 본질과 거리가 먼 곁가지일 뿐이다. 당 이름을 열 번 바꾸어도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