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한국 열풍으로 들끓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계열의 월간지 닛케이 트렌디 사가 2011년 12월호에 발표한 ‘2011년 히트 상품 30위’를 보면, 막걸리(7위)와 마시는 홍초(18위), K-POP(21위) 등 한국 관련 상품이 무려 3개나 올라있다.
지금 불고 있는 ‘제 2 한류 열풍’은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와 욘사마로 정리되는 제 1 한류 열풍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분야가 음악, 드라마, 배우 등 문화 상품부터, 식품, 화장품 등 한국산 제품까지 다양해졌다. 지지층 역시 1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 전체로 확대됐다. 특히, 음식 관련 제품이 히트상품에 두 개나 들어 있는데, 이는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라는 이미지와 달콤한 맛이 호응을 얻다가, 최근 욘사마 인기를 넘어섰다는 표현을 듣고 있는 장근석이 서울 막걸리의 모델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대히트를 기록했다. 일본 주류 메이커 산토리(SUNTORY)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2010년에는 160만 케이스(케이스 당 8.4ℓ)가 판매됐는데, 올해는 두 배가 넘는 매출이 전망된다.
2010년 4월 발매된 마시는 홍초는 미용대국 한국의 이미지와 맞물려 판매가 점차 증가하다가 2011년 대히트를 기록했다. 당초 연 매출액 3억엔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2011년도 예상 매출액은 그 8배인 24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초 역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 그룹 카라를 모델로 기용해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그 밖에도 최근 쿠키, 비스킷 분야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오리온 사의 마켓오나 한국CF를 더빙도 없이 자막으로 쓰고 있는 동서식품 옥수수 수염차, 한국의 매운 맛으로 큰 인기를 끌어온 농심 신라면 등 한국산 식품의 대히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본 소비 시장에는 각종 검사, 인증 제도 등의 수입 장벽이 있다. 이를 넘더라도 더 큰 높이의 소비자 장벽이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조차 이러한 장벽에 혀를 내두르며 철수하던 게 불과 수년전이었다. 하지만, 수년간 계속된 한류 열풍이 일본소비자들에게 한국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철저하게 바꿔 놓았다.
대형 슈퍼 체인을 전개하고 있는 H사의 구매 담당자는 “차별화된 이미지의 문화 콘텐츠들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었으며, 이러한 국가 이미지가 한국산 제품은 ‘안심하고 안전하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짝 인기가 아닌 일본 시장 정착을 위해선 앞으로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보다 세심한 관리와 지속적인 차별화가 필요해 보인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한류를 즐기고 환영하고 있지만, 2011년 8월 후지TV 본사 앞에서 벌어진 반한류 시위처럼, 일각에서 일고 있는 반감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008년 중국산 독극물 만두 사건, 2011년 중국 고속철 충돌 사건 당시 중국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되었던 일본 여론의 사례는, 경제규모(GDP)에서 일본을 앞지른 중국에 대한 일본 내 위기의식이 중국에 대한 막연한 비난 분출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선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후쿠오카무역관 조병구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