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집착 줄고 주거형 전환
30대 13%만 올 집마련 계획
아파트 질적진화 수요 꾸준
노후생활 최후 보루 역할도
집 사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날로 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인터넷 서핑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30대 애풀세대의 내집마련 반란은 더욱 심하다. 한국 개럽과 부동산 114가 공동으로 실시한 연초 조사에서 ‘올해 집을 살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30대는 13.0%에 불과했다. 지난 2010년 40.6%에서 2011년 21.9%보다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40대나 50대 감소폭보다 훨씬 가파르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소비자들의 7가지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도 ‘집을 사지않고 전세로 살아도 상관없다’는 30대 응답자가 41.1%로 전체 평균 37%보다 높았다. 내집마련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올 인하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짙눌러 왔던 소유 집착 현상이 현격히 줄고 실속 거주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택선호도가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다운사이징화되고 아파트 위주의 전통 유형에서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성 틈새상품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2008년이후 계속되고 있는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와 거래부진, 자산가치변화에 의한 것이다.
침체불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불패신화와 안전자산 의식이 약화되고 가격 하락과 함께 매매조차 되지않는 위험자산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총량적 한계와 고령화, 베이비부머 은퇴 등에 따른 수요이탈로 부동산투자의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되레 소유 부동산을 알짜중심으로 축소하는 포트폴리오 리모델링 의식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개인 자산가운데 과다하게 많은 부동산 비중(평균 77%)을 선진국 수준인 40~50%정도로 낮춰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집마련은 이제 거추장스런 영역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너무 단견이다. 우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나라들의 경우 주택유효수요가 여전하며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급률이 120%대에 달하는 일본은 연간 90만가구 이상 짓는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1000명당 330가구수준에 머물고 있는 총량적 주택수준을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55%에 달하는 자가보유율, 13%에 달하는 노후주택비중(30년이상)을 감안하면 주택수요는 앞으로도 충분하다. 더구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이제 1,2세대의 거주중심 등급을 넘어 3,4대의 최첨단 주거유형으로 넘어가고 있다. 80년대 중계동 아파트로 불붙은 아파트문화는 90년대 분당 등 신도시아파트, 2000년대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2010년대 들어서는 최첨단 IT기능을 갖춘 쾌적 아파트가 집합주택문화를 선도해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앞으로도 시설, 디자인, 기술의 발전, 생활의 질 향상 등을 토대로 진화는 필연이다. 규모 역시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공간구조를 통해 콤팩트한 아파트 유형이 지속될 것이나 소득이 증가할수록 1인당 주거면적은 넓어지는게 일반적이다. 우리의 1인당 주거면적은 현재 33.28㎡수준으로 일본 36㎡, 영국 44㎡, 미국 68㎡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편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소형차에서 중형차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생기는 이치다. 규모별 수급불일치에 따른 가격불안은 언제든지 도질수 있다. 내집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노후 보장이다. 최근 주택연금 가입자가 급증하는 것이 바로 이를 말해준다. 국민연금, 퇴직연금에 이어 주택연금은 최후의 노후생활 보루다.
은퇴후에도 100만원대 단위의 생활자금을 받아쓸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은 은퇴후 30년이상을 살아가기위한 1등 자산인 셈이다. 정부 역시 이같은 부동산 패러다임변화를 과감히 수용해야한다. 과거 투기적 장세와 규제중심의 주택정책에서 탈피, 주택 진화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향후 소득증가와 생활의 질 향상에 대비한 주택정책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무주택자위주의 주거복지 정책 못지않게 민간부문 물꼬를 트는 열린 사고와 정책이 중요하다. 독일 등에서 에너지절약을 위해 획기적으로 zero주택건설을 활성화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건축구조와 시설 등의 기준을 재조정하고 타산업과의 융복합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미래지향형 정부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ch10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