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서울시 뉴타운 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지만 난마처럼 얽힌 뉴타운과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300여 곳의 정비사업 대상지구 가운데 사업시행 인가가 나지 않은 610곳은 실태조사를 통해 속히 정리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업은 원점으로 되돌리고, 진행이 잘되는 곳만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큰 틀에서 방향이 맞다. 또 상대적으로 개발에 소외됐던 세입자와 영세 원주민 조합원에 대한 주거권 보장 강화 등 ‘거주자 중심, 사람 중심’의 도시개발 정책 방향도 평가할 만하다.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서울시 주택재정비사업은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취약한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금은 부작용이 더 커진 상태다. 정치권의 개입과 공약 남발로 지구 지정이 난립하면서 당초 취지보다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대립과 투기세력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장기 방치 구역들이 늘어나자 지역주민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우후죽순 난개발이 우려되는 시점에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선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당장 달라지는 정비 방식, 기존 지정 지구 구역 해제에 대한 조합원과 거주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서울시는 현장 갈등 조정과 대안 제시를 전담하는 주거재생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하고, 해제 지구는 주거환경 개선 정비사업을 별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개인적 이해가 워낙 판이해 조정과 설득이 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도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올해 두 차례 큰 선거는 이 같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할 공산이 크다.
재원 마련 대책도 없어 이번 구상은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매몰비용 등은 국고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와는 사전 조율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위축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고민도 꼭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서울을 서울답게 장기 전망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