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알뜰주유소가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 속에 정작 기름값을 낮추는 일반 주유소들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638개 서울시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차는 L당 최고와 최저 간에 400원이 넘는다. 잘만 고르면 기름값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싼 곳이 외곽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담합으로 지탄의 대상이던 이들 주유소가 갑자기 할인전략을 구사하고 나선 이유가 궁금해진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의 반사효과라 강변한다. 알뜰주유소로 소비자들이 쏠리자 스스로 자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가 엊그제 알뜰주유소 무용론을 반박한 핵심이다. 알뜰주유소는 최저가를 지향하기보다 인근 주유소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반 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 무용론에 기름을 붓기 위한 전략적 후퇴라고 본다. 일시적 인하담합 내지는 가격교란 작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 간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 이란발 오일 리스크 때문이다. 오히려 카드 할인, 각종 사은품, 세차 등 부가서비스를 감안하면 일반 주유소가 더 싸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
흑이든 백이든 경제난 가중 속에 뿔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저렴한 기름값이다. 서비스 질을 높이거나 셀프주유로 인건비를 줄이고, 정유사에 현금결제로 할인 폭을 키워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주유소들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버틸지 의문이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나 임대료 없는 자가 주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와 업체 간 기 싸움으로 불편한 것은 소비자다. 서로 양보하고 상생을 찾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선 정유업계는 알뜰주유소를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의 산물로만 봐선 안 된다. 담합 등 고질적 병폐에 비하면 좋은 순기능이 적지 않다.
정부는 싼값 업소에는 알뜰주유소에 준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 간의 페어플레이 방안을 더 연구해야 한다. 건전한 경쟁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최상의 안정은 유류세 인하다.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와 관세 등 부대비용이 소비자가격의 절반이다. 유류세는 자동차가 사치품 때 생긴 우격다짐 식 세원이다. 유류세 인하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된다면 지하경제 발굴, 비과세ㆍ감면조항 재정비, 불요불급한 SOC 재검토 등에서 충분히 충당하고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