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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기 비판에 인색한 오만한 ‘나꼼수’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비키니 응원 시위’ 사건이 일파만파다. 표현의 자유와 여성성의 상품화 논란을 넘어 공룡으로 진화한 나꼼수의 정체성에 대한 진보진영 내부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무조건 우리 편만 옳다’는 진영 논리, 사회적 공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음모론의 한계에 대한 논란이다. 급기야 엊그제는 최대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삼국카페’가 나꼼수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삼국카페는 소울드레서ㆍ쌍화차코코아ㆍ화장발 3개 카페로 구성됐으며 6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파문의 핵심은 나꼼수의 권력화다. 인터넷 라디오방송이라는 대안언론으로 시작했지만 정권과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얻은 폭발적 인기를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누리게 되자 거꾸로 자신들이 ‘권력의 오만’에 빠져든 것이다. 삼국카페가 화가 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비키니 시위 사건이 여성 인권 문제로 비화됐는데도 사과는커녕 오히려 문제 제기자들을 ‘보수 언론의 알바’로 몰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폭력에 경악한 것이다.

나꼼수의 영향력은 제도권 정당과 언론을 능가할 정도다. 들어봤다는 사람이 1000만명이 넘는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나꼼수는 뒷골목 술자리 담화로 정치를 풍자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정치적 주체로, 또 다른 섹터의 언론으로 위상이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 요구는 당연하다. 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그저 생각대로 말을 던지고 막상 불리해지면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달려드나’며 빠져나가는 꼼수는 비겁하다. 더욱이 나꼼수는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제정한 ‘민주언론상’을 받았다. 이 상을 받은 자체가 ‘나꼼수는 공식 언론’임을 대내외에 인정한 것이다.

나꼼수는 더 이상 약자의 위치가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힘 있는 쪽이 사실과 다름을 증명해 보라는 억지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자유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으로 일관하기에는 몸집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이제 나꼼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정립해야 할 때가 됐다. 지금처럼 단순한 오락의 영역으로 계속 남을 것인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 주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책임 있는 언론의 역할을 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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