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도 방콕이 물바다가 되는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홍수와 가뭄이 지구촌 곳곳을 휩쓸고 있다. 중동, 북유럽, 아프리카 에서는 물 문제가 국가 간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영향권이다.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8℃ 상승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는 전 지구 기온 상승 평균인 0.8℃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어느날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화됐으며, 집중호우 발생횟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집중호우는 30년 전에 비해 약 3배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수돗물에 흙냄새가 나서 수도권에 사는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일도 기후변화가 주원인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수온이 4℃ 이상 상승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청정수역인 팔당댐 상류 북한강에 조류(藻類)가 대량 발생해 문제가 됐다.
조류는 적정 수준만 유지된다면 건강한 수생태계 유지에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생물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는 물벼룩과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물고기와 수서곤충은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살아간다. 즉, 조류가 없는 수생태계는 마치 풀이 없는 초원과 같아지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지구 대기 중에 존재하는 산소의 약 80%는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 조류가 만든다. 조류는 다양한 환경에서 살고 그 종류도 풍부해 신약개발 등을 위해 중요한 생물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조류를 이용한 온실가스 제거와 바이오디젤과 같은 대체연료 생산 기술개발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수온상승, 영양물질 과다 등으로 조류가 적정량 이상으로 대량 번식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우선 물색깔이 변하고, 물비린내나 흙냄새 같은 불쾌한 냄새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보트놀이, 수변산책과 같은 친수활동이 위축되고 정수처리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 물이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및 일사량 증가와 생활하수, 축산분뇨, 농업배수와 함께 배출되는 인, 질소와 같은 오염물질의 다량 유입이 조류의 비정상적 과다 번식을 일으켜 녹조나 적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3~4월, 봄철 갈수기에는 강수량 부족으로 유량이 줄어들면서 조류 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환경부는 남조류와 같이 독성을 가진 조류 발생을 모니터링하고 발생 즉시 대응하기 위해 조류경보제를 도입했다. 1998년 대청호를 시작으로 현재는 22개의 주요 호수와 하천으로 확대해 시행중이다. 또 녹조가 자주 발생하는 대청호 등 상수원에 조류저감시설을 설치ㆍ운영하는 등 정수시설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낙동강 유역 정수장의 고도화는 대부분 완료됐으며 한강 유역 일부 미비한 정수처리장의 고도화는 201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깨끗한 물의 부족, 에너지 고갈, 식량생산 감소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물은 지구상 모든 생물의 생존이 달려있는 만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기후 변화, 환경오염 등 현대사회를 환경의 위기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있듯이 침과대단(枕戈待旦, 전쟁터에서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의 심정으로 맞선다면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