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단국대 교수 등 경제 전문가 100명이 13일 여야 정치권의 선심성 퍼주기 공약 경쟁 중단을 촉구했다. 선거를 겨냥한 마구잡이 공약은 자칫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식인들의 엄중한 경고다. 특히 이들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마구 쏟아내는 인기영합식 공약에 젊은이들이 흔들리지 않는 분별력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이 내놓는 공약대로 된다면 한국은 지구상 어느 국가보다 나은 복지시스템을 갖출지 모른다. 영유아 시기에는 무상보육을, 중고등학교는 의무교육 등으로 돈 한 푼 안들이고 아이들을 키우고 대학은 반값 등록금으로 다닐 수 있다. 설령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청년지원금을 받고, 군대에 가도 40만~50만원의 월급이 나온다. 게다가 정년은 65세까지 늘어나고 이 땅에 비정규직이란 말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무상의료와 노인 복지는 기본이다.
이 같은 화려한 복지시스템에서 일할 국민은 누구일까. 돈은 어디서 생겨날까. 여야가 정신없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근로 의욕은 어찌할지 구체적 방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공약 이행을 위한 수십조 원의 돈을 마련하려면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거나,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대폭 올려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대 성장이 예상되는 등 장기 저성장 기조가 뚜렷한 데다 그나마 중산층 와해로 실질적인 증세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자 증세를 거론하지만 막대한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지 않는 한 애초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공약들인 셈이다.
여야가 ‘천국으로 가는 차표’를 공짜로 나눠 줄 것처럼 외치지만 정작 수혜자인 국민들은 무덤덤하다. 정치권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여야는 일자리를 50만개 늘리고, 사교육비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등 거창한 공약들을 내세웠지만 10개 중 7개는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헛공약을 남발했는데도 정치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公約)을 잔뜩 내놓고 집권하거나 다수당이 된 뒤에는 감당하지 못해 공약(空約)이 돼 버리는 악순환은 이제 끊어야 한다. 결국 표심만 자극하는 황당 공약은 유권자들이 표로 응징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 노릇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