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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판 최종 세상읽기-KTX민영화 그렇게 반대할 일인가
정재욱

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은
미룰수 없는 시대적 흐름
철저한 공정성 바탕으로
코레일 독점 깨 나가야

고속철도(KTX)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2015년 개통되는 수서(서울) 출발 호남선과 경부선 운영을 민간 사업자에 맡긴다는 정부 방침에 야권과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것이다. 철도의 공공성 훼손 우려와 일부 기업에 특혜를 주려한다는 게 그 이유다.
논란이 정치권 핫이슈로 부각하면서 상황은 더 꼬이는 양상이다. 민주당 등이 중심이 돼 구성한 ‘KTX 민영화저지기획단’은 이름만으로도 투쟁적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여기에 집권 새누리당마저 비대위에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정부 입장이 더 난감하게 됐다.
여야 정치권의 걱정은 이해하나 이제 철도 운영 코레일 독점 시스템을 깰 때가 됐다. 우리 철도는 여객과 화물 수송량에서 세계 2위 수준에 올라설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경부선과 호남선에 이어 전라선에도 KTX가 달리는 등 사실상 전 국토 고속철도 시대에 들어섰다. 이쯤만 해도 코레일이 혼자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지금부터 넘어야 할 산은 더 높고 험하다. 앞으로는 글로벌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남북 간 철도가 연결되고 이를 고리로 러시아와 중국 대륙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도 국제화 시대 대비는 우리의 미래 비전이 달린 일이다. 또 국가 물류비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국제 조류에 편승하기 위해서도 철도망은 더 늘어나야 한다.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88조원이라는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과제들을 코레일 독점 시스템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 등이 일찍이 철도 운영권을 민간에 넘긴 이유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장 이해가 걸린 코레일 노조는 펄쩍 뛰고 있다. 내놓고 반대는 못하지만 경영진과 비노조원들도 내심 반대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흐름을 마냥 외면해선 안 된다. 철도 운영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당히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것이 살아남는 지름길이다.
사실 코레일은 민간 기업에선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이 방만하다. 그러니 고질적 적자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가령 철도 1㎞를 운영하는데 코레일은 8.9명을 쓰고 있다. 일본(6.4명)의 3분의 2, 프랑스(4.6명)의 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툭하면 사고가 터져 최신형 KTX가 달리다 멈춘 횟수는 도대체 몇 번인지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언제 대형 참사로 이어질지 국민들은 늘 불안하다. 사람이 부족해 정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3만명이 넘는 직원의 평균 연봉은 6000만원에 육박한다. 매출액의 절반을 인건비로 쓰고 적자가 나면 정부만 바라보는 코레일에 무슨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치권은 고속철도 민영화 문제를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판단해선 안된다. 더욱이 1%대 99% 논리가 등장하고, 특정 기업과 인맥을 봐주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음모라는 식의 정치적 이념적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국영철도 독점을 깨기 위한 기본 구상은 이미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사안이다. 오랜 시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된 정책이라면 정권이 달라지더라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민영화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 가능성은 그야말로 철저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인천공항철도와 고속도로, 용인경전철 등에서 드러났듯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칫 기회를 놓쳐 철도가 국민의 사랑은커녕 혈세를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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