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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에버랜드와 네버랜드
삼성에버랜드는 어린이에게 꿈화 희망을 준다는 놀이동산의 대표격이다. 그런데 영어사전을 뒤져봐도 에버랜드(everland)란 단어는 없다. 에버(ever)가 ‘언제나, 항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점으로 미뤄, ‘현실에 존재하는 곳’ 정도로 의역하고 싶다.

그런데 영어사전에 이 뜻의 반대, 네버랜드(neverland)는 존재한다. 상상의 세계, 꿈의 세계(dreamworld)란 뜻이다. 아동극 ‘피터팬(Peter Pan)’의 주무대가 바로 ‘네버랜드’다.

뜻으로만 보면 놀이동산에는 ‘네버랜드’가 더 어울리겠지만 삼성은 왜 ‘에버랜드’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한국장학재단이 추진하던 삼성에버랜드 지분매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커졌다고 한다. 26일 이뤄진 최종 입찰에서 당초 인수의향서(LOI)를 낸 20여곳 가운데 2~3곳만 응찰하면서, 신청수량이 매각대상 주식 10만6149주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속이나 증여가 필요하다지만, 아무리 부자라지만 자칫 백년하청(百年何淸)이 될 수 있는 곳에 목돈을 넣기는 꺼려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최근 매입한 KCC가 자사 부사장 출신을 삼성에버랜드 사외이사로 앉힌 데서도 확인된다. 지분투자의 속내가 단순 투자라기 보다는 사업 시너지(synergy)에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얼핏 부자들만의 투자대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번 에버랜드 지분매각 과정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적잖은 교훈을 준다. 아무리 유망해보이는 자산이라도, 현금화할 수 없다면 투자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교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컸던 이유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투자한 파생상품의 유동성이 거래상대방위험으로 막혔던 탓이 크다. 최근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금융위기로 투자한 돈이 유동성 부족으로 속수무책으로 증발하는 것을 겪어 봤기 때문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초기로 꼽히는 2005~2006년 설정된 사모펀드 가운데 코스피 대비 나은 수익률을 거둔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자산시장 버블이 커지던 때에 현금화가 어려운 비상장사 투자가 많았고, 상장사라 하더라도 대규모 지분을 블록으로 거래하다보니 환금이 제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지분을 사가겠다는 곳이 나타나지 않으면 가격하락을 빤히 보고서도 꼼짝없이 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비우량기업이 대부분이 비상장사의 경영타격이 컸고, 상장사의 주가훼손도 적지 않았다.

한동안 시장을 떠들석하게했던 테마주 열풍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불때는 ‘팔자’는 없고, ‘사자’만 있으니 쉬 주가가 폭등한다. 반대로 바람이 그치면 ‘사자’는 없고 ‘팔자’만 넘친다. 결국 테마주의 문제도 유동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투자는 현재가치로 할인된 미래가치에 대한 가격경쟁이다. 미래를 봐야하지만 늘 실현가능하고, 확률이 높은 ‘현실’에 기반을 둬야한다.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개인에게 네버랜드지만, 시장은 네버랜드가 아닌 에버랜드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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