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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감동없는 폭로전 선거 언제까지 할건가
‘민간인 불법사찰’을 둘러싼 청와대와 민주통합당 간 이전투구로 총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수천 건의 불법사찰을 자행했다는 민주당의 폭로와 참여정부 시절 더 광범위한 사찰이 있었다는 청와대 반격 등 상황이 바뀔 때마다 표심이 출렁이는 것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큰 선거 때마다 이른바 ‘한 방’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 정치권의 오랜 고질병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늘 큰소리지만 막상 투표가 임박하면 예의 그 몹쓸병이 도지는 것이다. 이번 총선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선거에서도 사생결단의 폭로전은 빠지지 않았다. 지난 2007년 대선전에서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2002년 대선에는 이회창 후보를 겨냥, 20만달러 정치자금 수수와 호화빌라 의혹이 집중됐다. 특히 이회창 후보는 장남이 불법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야당의 잇단 폭로로 두 번이나 낙선했다. 최근의 예로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제기된 ‘1억원 피부숍’ 폭로가 대표적이다.

운동경기에서 범실은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고, 그게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대 실책을 유도하는 것은 감독들의 핵심 전략 전술의 하나다. 그러나 상대 실책에 의존하는 박진감 없는 경기는 설령 승리를 하더라도 관중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선거판도 다를 게 없다. 상대의 약점을 파내기보다는 내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제 우리 선거도 정책과 정치철학으로 당당히 평가를 받는 성숙한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야 한다.

불법사찰 사례를 폭로한 민주당은 그 여세를 몰아 총선전 승기를 잡겠다고 벼르는 모양이다. 실제 부동층 표심이 흔들리고 일부 초경합지역에서는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폭로전이 민주당에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역대 어느 정권도 불법사찰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이번 파문으로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커지고,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을 더 촉발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민주당이 총선 프레임으로 구상한 정권심판론의 불씨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 흠집내기로 일관하는 선거는 누가 이기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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