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간 정보교환은
효율 증대에 효과적이나
경쟁자간 전략적 차원이면
되레 담합 가능성만 커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라면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기로 담합한 4개 라면 제조·판매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장기간에 걸쳐 담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이번 담합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보교환이 담합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선도적 역할을 하는 업계 1위 사업자가 먼저 가격인상안을 마련하고, 그 후 인상 정보를 다른 업체들에 알려주면, 다른 업체들도 동일 또는 유사한 선에서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했다. 교환된 정보에는 가격인상계획, 인상내역, 인상일자에서부터 가격인상 제품의 생산일자, 출고일자, 구가(舊價)지원 기간 등에 이르기까지 서로 협조해 순차적인 가격인상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포함됐다.
가격인상과 관련한 정보뿐만 아니라 각사의 판매실적ㆍ목표, 거래처에 대한 영업지원책, 홍보 및 판촉계획, 신제품 출시계획 등 담합 이탈자를 감시하고 담합의 내실을 강화하기 위한 정보도 상시적으로 교환했다고 한다.
물론 라면과 같은 과점시장에서 선도업체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고, 후발업체가 이에 동조해 선도업체 가격을 단순히 모방한 경우(이를 학문적으로는 ‘의식적 병행행위’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담합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선도업체가 가격선도를 하면 이어 후발업체들이 여기에 동조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가격선도를 했다고 보이는 때에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받게 된다. 게다가 합의의 존재를 추단할 수 있는 정황증거, 예를 들면 이번 사건의 경우와 같이 사업자 간 광범위한 정보교환이 이뤄져 독자적인 가격결정으로 보기 어려운 증거가 추가될 경우에는 법 위반으로 볼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사업자 간 정보교환이 항상 해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생산정보의 교환을 통해 우월한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고, 시장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수급조절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소비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익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정보교환의 의도나 효과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반경쟁적인 의도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면 안 된다.
수평적 공동행위에 관한 유럽연합(EU)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격ㆍ생산량 등 전략적 정보, 품목별ㆍ고객별로 개별화된 정보, 미래 계획에 관한 정보, 비공개 정보의 교환과 상시적인 정보교환은 법 위반 가능성이 큰 행위로 보고 있다. 따라서 특히 같은 시장 내에 있는 사업자들끼리 이런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 된다. 그래서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어느 모임에서든지 이런 유형의 정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즉시 거부의사를 분명히 표시하고 그 자리를 떠나라고 임직원들에게 가르친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도 앞으로 ‘정보교환에 관한 세부지침’을 마련해 공정거래법상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관한 원칙을 보다 자세히 제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업 스스로도 담합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 및 교환에 관한 자율지침을 마련, 운용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같은 시장 내에 있는 경쟁사업자끼리는 원칙적으로 민감한 정보교환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소통은 필요하다. 존 칼린의 ‘인빅터스’라는 감동적인 책에 기록된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처럼, 만남과 설득을 통해 인종 차별과 편견을 넘어 ‘하나의 팀, 하나의 나라’를 이뤄냈듯이. 그러나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조직문화는 오히려 배타적 봉쇄 효과를 낳고 집단 극단화를 초래할 위험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