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쌓인 장서
바쁜 국민엔 그림의 떡
순회차량·상업시설 활용
독서인구 확대 힘써야
올해는 정부가 지정한 ‘독서의 해’이다. 많은 사람이 책과 벗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대다수 생활인의 입장에서 보면, 먹고살기 바빠서 책 읽기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이다. 이러다 보니 경제 양극화 못지않게 독서와 지식정보 양극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책을 읽는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정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 때문에 바빠서, 독서습관이 없어서, 영상 및 정보통신 매체 이용 등 책을 멀리하는 이유는 많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멀리 있는 도서관 문제를 들 수 있다. 공공도서관이 존립 목적과는 달리 현대인들의 책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사이에 공공도서관이 지역마다 증설되면서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도서관 이용률은 지난 3년 사이에 3분의 1이나 줄었다. 1년에 한 번이라도 도서관을 출입하는 사람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도서관 근처 거주자일수록 도서관 이용률이 높고, 도서관 이용자일수록 독서량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반증이다. 도서관만 지으면 다 되는 게 아니다.
해법은 도서관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의 인식 전환에 있다. 도서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민을 위한 독서 서비스 기관’이다. 그런데 도서관 이용은 고사하고 집 근처 도서관의 위치조차 모르는 국민이 10명 중 4명이나 된다(200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도서관에 아무리 유익하고 좋은 책이 많아도 이용자 스스로 찾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도서관의 찾아가는 서비스이다.
책을 읽거나 빌리기 위해 이용자가 반드시 도서관에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이 주민의 생활 현장으로 찾아가자는 것이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이나 대중교통 거점 근처의 상업시설, 편의점 등과 협약을 맺고 책을 빌리거나 반납하는 서비스를 시행하면 된다. 순회 차량 한두 대로 지역 내 수백 곳의 서비스센터를 관리할 수 있다. 이동도서관처럼 정해진 시간에만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24시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독서의 해’에 독서인구 확대라는 화두에 답하려면, 독서 서비스를 본연의 임무로 하는 도서관의 마케팅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 상업적인 유료 도서대여점에서 진화한 가정 방문형 도서대여까지 난립한 지 오래이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신하는 모순된 현상과 유사하다. 이것을 방치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다. 독서 생태계의 사막화와 지반 침하를 막는 일에 도서관부터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