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임대주택 확대 공급
재정대책없이 무조건식 남발
되레 공공부채 증가 부채질
공급보다 관리보완이 절실
봄 이사철이 실종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나락으로 빠져들지만 여야는 물론 정부마저 손을 놓고 있다.
거래 실종과 가격 하락에 무대책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부 대책이 6번이나 나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나 몰라라 식이다.
올 1분기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말에 비해 서울 -0.67%, 수도권 -0.26%, 신도시 -0.41%씩 각각 하락하며 낙폭이 깊어진 데 이어 거래량도 급감, 더 악화되는 추세다.
쪼들리는 하우스푸어와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주택 보유층, 자녀 결혼 등 생활비용 충당을 위한 매도층의 고민이 깊어짐은 말할 나위 없다. 이들이 자포자기에 빠지면서 제2금융권 경매물건이 속출, 주택담보대출에도 위험 신호가 켜졌다.
일본과 미국의 위기 사례에서 보듯 자칫 부동산 디플레 현상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상황임에도 안중에도 없다. 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부동산 공약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내건 공약은 맹탕 수준으로, 실효성은 물론 구체성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예컨대 여야가 공통적으로 임대주택 확대 공급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은 2018년까지 임대 120만가구 건설을 통해 공공임대 비율을 10~12%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해마다 12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자유선진당도 임대주택 공급을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건설이 서민 주거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등 효과 검증마저 제대로 되지 않은, 설익은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66만가구에 달하는 LH 임대주택에서 보듯이 임대주택 문제는 간단하게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이 최선책이 아니다.
임대주택을 지을 재원 확보는 물론, 임대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임대주택 건설로 인한 LH공사 부채 규모가 현재 국민임대 19조8000억원, 공공임대 5조8000억원, 매입임대 3조원 등 총 28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재정 대책도 없이 120만가구의 임대주택을 짓고 연간 12만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공약은 공공부채만 증가시킬 게 뻔하다.
확대 공급 이전에 부실 관리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임대주택 거주자의 경우 생활여건이 나아지면 소형 주택 매입 등을 통해 상향조정해가도록 관리 정책을 펼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국민임대아파트 등에 입주한 세입자 대부분은 생활형편이 나아져도 아예 눌러앉은 채 자기 집 행세를 하고 있다.
세입자가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입주 및 관리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가 무주택 서민 모두에게 임대주택을 지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임대주택을 아무리 확대 건설해도 이 같은 부실 관리가 혁신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임대주택의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되레 주거 여건이 열악한 서민은 차라리 주거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자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야가 공히 내세우고 있는 전월세 안정, 뉴타운 사업 문제해결 등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월세난의 해소를 위해 새누리당은 가격 급등지역을 대상으로 한시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 추진을 밝혔고, 민주통합당은 전면적인 전월세 상한제 도입,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신설 등의 정책 추진을 내걸었다.
하지만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자칫 수급 불안을 더욱 야기해 전월세 가격 폭등 등으로 서민만 고통을 당할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부작용을 우려해 도입 추진 반대를 밝힌 데 이어 정부 및 민간 연구소 등에서 부작용을 지적한, 바람 빠진 공약이다.
정작 주택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도시 재생 문제와 급속한 1~2인 소가구화 현상 등에 대한 정책 공약은 아예 빠져 있다. 서민 배려가 되레 독이 된 채 국고만 축낼 게 뻔하다.
자가보유율이 60% 수준에 달하고 있음은 집 있는 사람을 위한 정책 배려 역시 중요함을 의미한다. 부동산 정책은 실생활은 물론 금융, 나라경제와 직결되는 주요 경제 정책임을 감안해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를 기대해본다.
ch10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