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몇 가지 의미 있는 다짐을 했다. 빠른 시간 내에 당을 정상화하고, 불법사찰방지법을 제정하고, 모든 계층을 안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대선체제 조기 확립이다. 집권당 수장답게 정부의 실정에 대해 공동 책임자로서 해결점을 마련하고, 이를 포함해 총선 공약들을 빠짐없이 실천함으로써 대선에서 한 번 더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공한 박 위원장이나 새누리당으로서는 응당 내놓을 만한 정치 수순이다. 승패를 떠나 회생 자체에 목을 매던 엊그제 처지와는 딴판이 돼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자신 있게 내보일 만도 하다. 환골탈태로 치면 새누리당은 이번이 두 번째가 된다. 그간의 크고 작은 정치적 패착으로 따져도 여당으로서 회생 자체는 기약조차 없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2004년 한나라당이 차떼기와 탄핵 역풍으로 빈사지경에 이르자 천막을 치고 정치일선에 나서 파격적 행보와 정치쇄신으로 재기에 성공한 경험을 박 위원장은 이번에도 잘 살려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승리에 도취할 만한 단계에 이르렀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여당의 성공이라기보다 야당의 실패라거나, 야당의 악재가 여당에 약재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서울 완패는 두고두고 큰 짐이 될 것이다. 문제는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에서 패한 정권이 온전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지적대로 박 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당직자들이 더 뼈를 깎는 변신을 주문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사정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현안만도 태산 같다. 우선 총선 결과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근혜의 승리’라기보다 ‘한명숙의 패배’라는 평가에 귀를 여는 것부터가 중요하다. 그런 다음 민간인 불법사찰 등 정치적 현안에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암흑 속에서 등대 하나만 보고 똑바로 가듯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며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던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
문제는 철저한 약속 이행이다. 실천 가능한 공약, 즉 완급 조절은 물론이고 야당 못지않게 쏟아낸 공약에 대한 철저한 자기검증을 통한 옥석 가림이 긴요하다. 그러나 말이 앞섰다면 솔직하게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만과 오만, 대세론은 독약이나 다름없다. 쓴소리에 귀를 열고 민생을 헤아리는 데 진력해야 한다. 가야 할 길이 결코 짧지 않을뿐더러 어둡고 험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