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가 산하 공무원 월급을 깎는 등 재정 긴축에 들어간다. 지방자치단체가 빚이 많아 공무원 월급을 며칠 미룬 적은 있지만 아예 삭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자체도 구조조정의 예외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용인시 사태’가 타 지자체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용인시의 이 같은 조치는 422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는 조건으로 행정자치부에 20여개의 채무 관리 이행계획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이행계획에 따르면 용인시 5급 이상 간부들은 급여인상분 3.8%를 반납하고, 하위직도 초과근무수당 25%와 연가보상비 50%, 일직ㆍ숙직비 일부 등을 못 받게 된다. 또 2016년까지 업무추진비를 30% 삭감해야 하며 투자사업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수백억원의 예산을 강제로 줄여야 한다.
용인시 재정이 파탄 위기에 직면한 것은 무리한 경전철 사업 탓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지방채는 모두 경전철 때문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경전철은 수요예측을 잘못해 다 지어놓고도 개통조차 못하고 있다. 그 바람에 10%에 불과하던 예산 대비 부채비율이 무려 40%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다. 당장 망가진 학교 시설물 고칠 돈조차 빠듯하게 됐다. 타당성 검토도 없이 전시성ㆍ과시성 사업을 벌인 결과다.
하지만 용인시 자구노력이 지방공무원 월급 몇 푼 줄이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호화로운 시 청사 등 내다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팔아서라도 스스로 빚을 줄여야 한다. 따지고 보면 용인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곳간이 거덜 난 지자체가 한둘이 아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월급 삭감은 물론 인원 감축 등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파산 후 재정관리인을 파견하는 등의 조치도 불사해야 한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돼 가지만 재정자립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호화 청사 등 무분별한 세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지만 안정적 세수를 늘리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줘야 한다. 지자체가 아무리 재정을 아껴 써도 지금 같은 취약한 세수 구조로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어렵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통한 안정적 세수 구조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