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농촌이 인기다. 지난해 농촌으로 귀농한 가구가 전국적으로 1만503가구에 달했다 한다. 2010년에 비하면 두 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가히 붐이라 할 만하다.
어떤 마을에서는 마을이장이 귀촌하려는 사람에 대하여 면접을 보고 뽑는 마을도 있다하니 농촌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베이비부머가 자리하고 있다. 마치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여우같이, 연어가 모천(母川)으로 돌아가듯이 베이비부머가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가 누구인가? 우리나라의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이다. 그들은 그 동안 가정도, 가족도 잊은 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직장에서 일해 온 사람들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할수록 농촌하고 멀어져야 했으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농촌에 대한 그리움은 켜져만 갔을 것이다. 그들이 대규모로 은퇴를 시작한 것이다.
부모부양, 자식공부 등으로 현직에서 은퇴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은퇴 후 집에서 밥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삼식(三食)이’가 되기 십상이다. 오직하면 ‘삼식이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가정으로 돌아온 삼식이가 그 동안의 각박했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여보, 이제 촌으로 가자’고 한다면 그 아내는 뭐라고 할까?
아마 “야!, 안돼~, 그 동안 직장에 남편 빼앗기고 혼자서 가정꾸리고 부모를 부양하고 애들 공부시키면서 개인시간 한번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이제, 당신 퇴직하면 친구들과 놀려도 다니면서 여유롭게 살려고 하는데, 농촌에 가서 나는 뭐 할 거야, 안돼~!”라고 외치는 아내들이 많을 것이다.
‘귀촌 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에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꾸준히 이어지질 못했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귀촌이 ‘붐’으로 끝나지 않고 베이비부머 이후의 세대에서도 지속될 수 있기 위해서 가족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한다.
주 생활공간을 옮긴다는 것은 가족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가족의 동의와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의 역할과 노동의 강도가 도시생활에 비해 커질 수밖에 없고 남편 사후에도 아내는 10년은 더 그 농촌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부부간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귀촌 현상은 도시 과밀화를 해소하고 농어촌지역에 활력을 불러 넣을 뿐만 아니라 농촌사회에 간접적인 경제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와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대책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아내들이 농촌 사회와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며 동화될 수 있는 대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서 아내들의 입에서 먼저 ‘여보, 이제 촌으로 가자’라는 말이 나오도록…. 그래야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귀촌이 늘어나고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들이 행복한 촌사람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