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민 끝에 유가안정책을 내놓았으나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삼성의 정유시장 신규 참여 빼고는 이렇다 내세울 만한 방책이 없다. 알뜰주유소와 전자상거래 확대 및 인센티브 제공, 주유소 혼합판매 촉진 등은 때마다 우려먹은 대책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가대책은 물가 중에서도 까다로운 것으로 당국이 감 놔라 밤 놔라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중동 정세 등 외생변수에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잦은 정부의 유가대책은 몇 달 전 ‘배추국장’ ‘마늘계장’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품목별로 담당자를 지정, 책임지라 다그쳤더니 무리수만 뒀다. 물가를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에 가깝다. 이번 대책도 대통령이 공급과점에 대해 의구심을 품자 부랴부랴 내놓은 흔적이 짙다. 물론 삼성토탈의 정유시장 참여가 중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 우선 공급량을 점차 대폭 늘리면 SK, GS, S-Oil, 현대오일 등 기존 정유 4사의 시장 97% 과점이 깨지고 반사효과도 커진다. 그렇다고 기존 정유사들을 홀대만 하는 것은 정부답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혼합판매의 실질적인 활성화다. 특정 정유사 간판을 걸고 다른 정유사 기름을 판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 강한 지도단속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유사가 몇 개 는들 의미는 크지 않다. 이번에 알뜰주유소 지원 확대는 일단 긍정적이다. 알뜰주유소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근 일반 주유소의 가격 인하 유발효과가 크다. 세제 지원과 함께 일반 주유소 매입이나 임차 비용, 외상거래 자금 등의 폭을 더 키울 만하다. 물론 각종 지원책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예산낭비 요인은 사전에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결국은 유류세 문제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과소비가 우려되고 세수 감소로 국가재정에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부는 엄살만 부릴 것이 아니라 생계형 기름에 탄력세율 적용 등 최소한의 양보라도 해야 옳다. 지금 체감 기름값은 선진국의 2~3배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날뛰는 기름값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 기분 좋을 서민은 없다. 정작 강압적으로라도 해야 할 것은 에너지 과다소비형 체질 개선이다. 수요억제책을 병행해야 약발이 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