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 없는 선거 진 민주당
상식적 판단 부족했던 탓
선동과 바람이 휩쓸 듯해도
민심의 선택은 결국 상식
정치권이 대선 모드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자천 타천 후보군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선과 연계된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며칠 전 치른 19대 총선도 결국 12월 대선 전초전일 뿐이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그러나 국민들 마음 얻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를 복기(復棋)해보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총선전에 대한 평가와 분석은 다양하나 한마디로 정리하면 ‘상식’이다. 일부 선동적 싸움꾼의 목소리가 전체 판세를 좌우할 것처럼 요란해 보였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차분하게 상식에 근거한 투표를 했다. 이번 총선은 하나 마나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여당이 현저히 불리한 선거였다. 민주당과 야권연합이 들고 나온 정권심판론은 거칠 게 없었다. 그 위세에 눌린 여당은 당명을 바꾸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1당은 고사하고 100석만 건져도 다행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MB정권 심판을 외쳤지만 정작 심판을 받은 쪽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이 다 차려놓은 밥상을 걷어찬 꼴이 된 것은 상식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식 이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다.
출발부터 민주당은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가 우선 그렇다. 이 두 사안은 민주당 집권 시절 결정된 정책들이다. 그런데 이를 통째로 부인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물론 한ㆍ미 FTA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고, 해군기지 역시 추진 과정 등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제점을 적시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상식이며 공당의 역할이다. 무작정 한ㆍ미 FTA를 폐기하겠다며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하는 모습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내든 MB정권 심판론도 마찬가지다. 야당으로서 여당의 실정(失政)을 부각시키는 것은 당연한 전략전술이다. 그러나 대안 없는 심판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현 정부의 실정을 우리는 이렇게 개선하겠다는 정책 비전도 없이 고장난 유성기처럼 심판론만 외쳐대니 국민들이 식상했던 것이다. 평생 야당으로 남아 정부 비판을 업으로 삼겠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수권을 준비하는 제1야당이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부터 보여주는 게 순서였다.
김용민 파문은 비상식의 절정이었다. 그의 막말 때문에 적어도 15석은 상대에게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실제 악재로 작용했는지 검증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이 화가 단단히 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용민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를 공천한 민주당에 화가 난 것이다. 상식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막말과 욕설을 내뱉는 사람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게 상식이다. 유치원 아이들도 그런 정도는 다 알고 있다.
지금 정치권 초미의 관심은 안철수 원장의 대선전 등판 여부다. 그가 실제 전면에 나설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지 등 움직임 하나하나에 대권 판도는 요동을 칠 것이다. 정치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지금도 정치가 어색해 보이는 안 원장이 단숨에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한 것은 상식적인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의 반영이다.
민심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쓰나미와 같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 총선에서도 역력히 입증됐다. 그렇다고 겁낼 것은 없다. 그저 상식에 반하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민심은 봄바람처럼 순하고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굳이 대선주자가 아니라도 정치권 언저리에 몸을 담고 있다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