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노선투쟁에다 내부 경선 부정 의혹 제기 등 내홍에 휩싸였다. 4ㆍ11 총선에서 13석을 확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이어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 진보세력이 어떤 정치를 펼칠지 궁금해하던 국민들로서는 손쉽게 관전 포인트를 확보한 셈이다. 우선 노선투쟁이 선거기간 내내 문제가 됐던 종북(從北)에 대한 내부 충돌이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최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통진당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 제재 일변도 방식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평에 그쳤었다. 북한 비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총선이 끝나자 북한이 발사한 것은 엄연히 장거리 로켓인데도 북한 주장대로 인공위성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노회찬ㆍ심상정 당선자가 당권파에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편향적인 대북 시각을 우려해온 국민들은 이런 문제 제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만으로 진보세력에 공당다운 책임정치를 기대하기는 이른 것 같다. 이번에는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의혹이 내부고발로 불거진 때문이다. 계파별 이해득실에 따라 특정 인사를 당선 안정권 순위에 배치하기 위해 부정투표가 저질러졌다는 주장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민주당과의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사태와 함께 다시 도덕성 검증을 받아야만 한다. 왜 선거가 끝난 다음에서야 비로소 문제가 제기됐는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기존의 민주노동당과 거기서 갈라져 나온 탈당파, 그리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이끄는 국민참여당이 합당해 만들었다 해도 총선을 코앞에 둔 터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위기 앞에선 본능적으로 몸을 감추는 전략이 너무 노골적이다. 급기야 당권파는 경선 부정 발설자 출당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물론 통진당의 노선은 어디까지나 당원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문제다. 그러나 국민들의 보편적인 인식에 기반한 대중정당으로 성장해 나가려면 어떻게 노선을 설정해야 할 것인지 스스로 자문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 지지기반인 울산·경남의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어째서 전패했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목소리가 어떻게 자리 잡을지를 포함해 통진당의 진로를 국민들이 눈여겨보고 있음을 똑바로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