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가 또 불거졌다. 이번에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고향 후배인 브로커를 통해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파이시티 개발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것이다. ‘왕 차관’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최 전 위원장은 MB의 오랜 지기이면서 정치적 멘토로 정권 실세 중의 실세다. 그런 그마저 악취 나는 비리의 한가운데 서게 됐으니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던 이 대통령의 장담이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최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시기는 2004년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부터이고, 2007년 대선 시기에 집중됐으며 취임 이후인 2008년까지도 계속됐다고 한다. 최 전 위원장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것도 브로커를 내세워 은밀히 수십억원을 전달했을 까닭이 없다. 물론 문제의 개발사업은 인허가 과정이 늦어져 어려움을 겪는 등 성공한 로비로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최 전 위원장이 받은 검은돈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의 용처와 관련, 최 전 위원장은 처음에는 밝히기 꺼리다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 역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쓴 비용을 굳이 최 전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감당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은돈의 일부가 대선자금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민주통합당의 요구대로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권을 압박해 개인의 비리를 슬쩍 묻을 작정이었다면 용서하기 어렵다.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최고 실세답지 않은 비겁한 처신이다.
검찰은 추호의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에 매진해야 한다.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어디에 썼는지, 실제 인허가 과정에 개입을 했는지 등 제기된 모든 의혹을 한 점 남김 없이 낱낱이 파헤쳐 법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 실세와 관련한 수사가 얼마나 미진했는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번에도 적당히 시늉만 내는 수사에 그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