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취소로 국회선진화법안, 이른바 ‘몸싸움방지법’과 민생 상징 주요 법안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다음달 29일 회기 만료 전 국회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사회문제로 대두된 ‘112위치추적법’,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 허용 등 시급한 60여건의 민생법안까지 휴지로 둔갑할 처지다. 이로써 18대 국회는 ‘파렴치 무능 국회’라는 수치스런 꼬리표를 단 채 수명을 다한 셈이다.
19대 국회가 수신(修身)의 철학과 양심을 걸고 국회선진화법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함량 미달의 과거 국회가 미래의 국회를 법으로 단장하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우선 문제가 된 신속처리제도 등에 대한 실리 위주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주요 안건 대부분이 맹목적인 반대에도 꼼짝 못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반대로 인해 신속처리 대상 법안들을 반년 이상이나 묶어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놀고먹는 국회는 국민들이 원치 않는다. 입법이 원활해야 규제완화도 개혁도 가능해진다.
문제투성이 법안이 본회의까지 온 것은 정치적 무능과 꼼수의 결합 결과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위기감 때문인지 서둘러 법안을 제안하더니 1당이 되자 돌연 맘을 바꿨다. 이 법안으로는 당장 총선 공약 이행이 불가능해지자 뒤늦게 수정으로 선회한 것은 변심의 극치다. 민주통합당 역시 법안의 문제점을 빤히 들여다보면서도 원안 통과를 고집한 것은 다분히 정략적으로 국회를 대립과 갈등, 몸싸움과 폭력의 장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논리는 정치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원안 통과를 조건으로 민생법안을 연계한 것도 비난받을 만하다.
몸싸움방지법은 얼핏 건전 국회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국회가 조용하다고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법안들이 묶이면 정책 수립이 불가능하고 국정 운영은 겉돌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쇠망치에 쇠톱과 쇠사슬, 공중부양에 최루탄 투척 등 추악한 폭력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법안을 합의 처리하자는 것도 무리다. 반대를 극복하고 다수결로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민주주의 가치다. 국회 선진화는 결국 몸싸움 방지가 목적이 아닌 소통과 설득의 정치풍토의 문제라는 것부터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론과 진영논리부터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거수기도 몸싸움도 없어진다.